홍콩 사태, 시위로 황금알 '금융중심지' 놓치나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홍콩 시위가 반년 넘게 이어지면서 홍콩 경제의 미래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면서 중국으로 가는 관문 역할을 해왔던 홍콩의 지위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23일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당장은 금융중심지로서의 홍콩의 지위는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에는 고려해야 할 변수가 늘어날 것으로 봤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홍콩 시위로 홍콩 경제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경고해왔다. 중국 투자의 관문 역할 등은 선전이나 상하이 등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반면 황치판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 부이사장은 "중국 경제에서 홍콩의 가지는 중요성은 비교할 수 없다"면서 "선전이나 상하이 등의 경우 지난 20년간 경제적 의미에서 성장했을지 몰라도 일국양제(一國兩制)의 특성상 홍콩의 지위를 대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황 부이사장은 "홍콩의 장점인 자본주의 틀을 유지한 금융, 경제, 무역, 물류 허브라는 점"을 들면서 "지난 40년간 외국인 직접 투자(FDI) 가운데 홍콩을 경유한 직접 투자가 50% 이른다"고 말했다.

올해만 해도 홍콩을 경유한 중국 내 FDI는 1월보다 10월에 10% 성장했다.

홍콩은 여전히 중국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공개(IPO) 장소이기도 하다. 지난해 홍콩 증시에 상장된 기업 2곳 중 1곳은 중국 본토 관련 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자본 규모로만 보면 홍콩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67.2%에 이른다. 최근 중국 기업 알리바바가 IPO 장소로 홍콩을 선택하면서, 여전히 중국 기업들이 홍콩을 주요 자본 조달 창구로 여기고 있음을 재확인시켜줬다.

뿐만 아니라 중국 경제 성장세가 꺾이면서 홍콩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앨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 아시아태평양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자본시장이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데 반해 홍콩의 경제적 기초는 자유로운 자본의 이동이 가능했던 것"이라면서 "이런 요인으로 홍콩이 중국의 자본조달 창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최근 일련의 시위로 인해 홍콩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컨설팅 회사 로디엄그룹의 틸로 하네만 파트터는 "홍콩 시위로 인해 투자처로서 홍콩의 위상이 불가역적으로 훼손되지는 않았지만, 장기적으로 상황이 점차 악화될 경우 국제금융중심지로서의 홍콩의 법치나 제도 등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뿐만 아니라 일부 기업들은 아예 홍콩을 경유하지 않은 채 중국으로 직접 투자로 넘어가고 있는 점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이같은 변화는 홍콩 시위와 상관없이 국가 단위로 이뤄지는 변화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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