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우기자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기업 가치 3000만원에서 4조7500억원까지 15만배 이상 성장하는 데 9년이 걸렸다. 국내 인터넷 기업 역사에서 카카오-다음 합병 규모(3조1000억원)를 넘는 역대급 인수합병(M&A)이라는 평가도 남겼다. 음식 배달이라는 단순한 사업 아이템에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담아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워낸 덕분이다. 국내 배달 시장 1위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과 독일 배달서비스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간 M&A는 배달 플랫폼의 가능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폭발적인 성장…"전 세계 시장 공략할 것"=이번 빅딜을 통해 DH는 우아한형제들의 투자자 지분 87%를 인수한다. 우아한형제들 기업가치를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로 평가한 만큼 인수 규모는 4조800억원에 달한다. 김 대표는 우아한형제들과 DH가 싱가포르에 설립한 합작법인 우아DH아시아 회장으로 취임한다. 배달의민족이 이미 진출한 베트남과 DH가 주력하고 있던 태국, 대만,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총 아시아 12개국 사업을 총괄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거래는 배달 플랫폼의 성장 가치를 보여준다"면서 "배달의민족은 출시 이후부터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왔다"고 평가했다.
2010년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자본금 3000만원으로 시작한 우아한형제들은 2년 만에 기업가치 80억원으로 인정받았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안클릭이 배달 앱 월실질이용자수(MAU)집계를 시작한 2012년 10월부터 독주를 시작했다. 다시 2년이 지나자 기업가치는 1500억원대로 뛰었다. 2015년에는 총 매출 3분의1에 달하는 중개수수료를 없애는 승부수를 띄웠다. 수수료는 우버(차량공유), 에어비앤비(숙박공유) 등 플랫폼 '공룡'들 모두 포기하지 않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안팎에서는 우려와 걱정이 컸지만 수수료 폐지는 적중했다. 2015년 495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2722억원으로 5배 넘게 뛰었다. 2017년 7000억원에서 지난해 3조원을 돌파하며 국내 여섯번째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이번 빅딜은 배달 플랫폼 시장이 성장하는 세계적인 흐름과 맥이 닿아 있다. 시장조사기업 프로스트 앤 설리반은 지난해 전세계 온라인 음식 배달 시장이 약 820억달러(약 95조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후 연간 약 14% 가량 성장해 오는 2025년에는 2000억달러(230조원)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싱가포르에 설립한 합작법인 우아DH아시아의 회장으로 김 대표가 내정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도전자에서 독점자로…"시장 경계 사라져 문제 없어"=한편 이번 인수로 기성세대에 도전하던 위치였던 우아한형제들은 독점 우려도 받게 됐다.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한 DH가 업계 2,3위인 '요기요'와 '배달통'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국내 배달앱 시장 점유율은 배달의민족(55.7%), 요기요(33.5%), 배달통(10.8%) 순서다. 합병이 되면 DH가 국내 배달앱 시장 100%를 차지하게 된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 간 M&A가 성사되기 위해선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하는 만큼 이 부분이 집중 쟁점이 될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배달앱 시장의 경계가 희미한 만큼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기존 이커머스업체들도 음식을 배달하고, 배민도 식재료 등 음식 외의 물품을 배달하는 등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져 배달앱 시장이라는 표현 자체가 맞지 않는 상황이 되고 있다"며 "시장도 커지고 경쟁자들도 많아진 상황인 데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모두 별개로 운영될 것인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