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곳서 마주보는 두 빙하, 녹는 속도가 달라?

같은 지역에 나란히 위치한 두 빙하의 녹는 속도가 달랐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사진=미국항공우주국(NASA)]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서로 마주보면서 자리 잡은 두 빙하가 녹는 속도가 무려 4배나 차이가 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그린란드 북서부 해안의 잉글필드 만에 나란히 존재하는 트레이시 빙하와 헤일프린 빙하는 1892년 탐험가들에 의해 처음 발견됐습니다. 그런데 최근 과학자들은 이 두 빙하의 녹는 속도가 서로 다르다는 점을 발견하고 의문을 품게 됩니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는다면, 같은 지역에 마주 보고 있는 두 빙하는 동일한 속도로 녹아 내리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런데 헤일프린 빙하는 지난 125년간 4㎞ 정도 후퇴한 반면, 트레이시 빙하는 같은 기간 헤일프린의 4배에 가까운 15㎞나 후퇴한 것입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과학자들이 분석에 나섰습니다. NASA는 그린란드의 해양과 얼음을 감시하는 'OMG(Oceans Melting Greenland)' 프로그램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 등을 분석한 결과 트레이시 빙하의 하부에서 따뜻한 물기둥이 솟구치는 것을 발견합니다.

반대로 바로 옆에 위치한 헤일프린 빙하 아래는 차가운 물이 흐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얼음을 꿰뚫어볼 수 있는 레이더 관측을 통해 트레이시 빙하는 깊이 610m의 기반암에 위치해 있고, 헤일프린 빙하는 깊이 350m의 파도 아래 있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그린란드의 해양은 표층수가 심층수보다 더 차갑다고 합니다. 차가운 기후의 영향으로 표층수의 수온이 낮고, 심층수는 중위도에서 북쪽으로 흘러왔기 때문에 오히려 따뜻하다는 것이지요. 이 따뜻한 물 층은 표면에서 200m 정도 내려가야 시작되는데 깊이 내려갈수록 따뜻해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더 깊이 잠겨 있는 빙하가 따뜻한 물에 더 많이 노출돼 녹는 속도도 빨라진다는 것입니다. 결국 헤일프린 빙하보다 더 깊이 잠긴 트레이시 빙하가 훨씬 빨리 녹는다는 결론입니다.

NASA 연구팀은 "해수의 온도와 염분을 측정한 결과 빙하가 녹은 물은 담수이기 때문에 짠물인 해수보다 부력이 커서 위쪽으로 소용돌이 치면서 연기처럼 퍼져나간다"면서 "빙하와 해양의 상호작용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면 해수면 상승 등 온난화가 초래할 미래를 예측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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