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안 가면 과외하겠죠' 학원일요휴무제, 수험생·학부모 목소리 들어보니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 없음/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다들 주말에 과외하지 않을까요?"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A(17) 군은 "학원이 휴업한다면 일요일에 쉴 수 있겠나"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A 군은 "우리나라는 수능과 대학이 전부라고 가르치지 않냐. 반 애들만 봐도 부모에 떠밀려 학원을 간다기보다는 다들 대학 진학에 실패할까 봐 초조해하면서 학원에 간다"며 "이런 상황에서 학원이 안 연다고 기뻐하며 쉴 수험생은 없을 것 같다. 저도 일요일에는 독서실에서 자습하거나 과외를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서울 소재 학원들이 일요일에 의무적으로 휴업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학원일요휴무제 공론화추진위원회는 공론화 시민참여단 171명의 의견을 조사한 결과, 62.6%가 학원일요휴무제 도입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반대 의견을 표한 응답자는 32.7%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공론화위는 이를 토대로 교육청에 학원일요휴무제 시행을 권고했다.

찬성한다고 답한 응답자들은 그 이유로 '학생의 건강·휴식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60.7%), '가족과 주말을 함께 보낼 수 있는 환경 조성'(19.6%), '높은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15.9%) 등을 꼽았다.

실제 청소년 10명 중 4명은 수면 부족을 호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8월 발표한 '2018년 아동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9∼17세 청소년 2510명 중 38.0%는 "잠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특히 12~17세의 경우 응답자의 49.0%가 "수면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수면 부족의 주된 이유로는 '학원 및 과외'(45.7%)가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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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학생과 학부모를 비롯한 시민들은 학원일요휴무제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며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50대 주부 B 씨는 "너무 1차원적인 생각에서 나온 것 같다. 실효성도 없고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수능은 전국에서 다 같이 보는데 서울 학원만 일요일에 문을 닫게 하는 게 과연 형평성에 맞는 일이냐. 오히려 서울에 거주하는 아이들에게 공부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면서 "여유가 되는 아이들은 일요일에 과외를 받고 경기도로 학원을 옮기고 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애들은 뒤처진다는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C(26) 씨 또한 "실효성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C 씨는 "고등학생 때 오후 10시 이후 수업 금지였지만 학원 문을 잠그고, 암막 커튼을 친 채 수업을 계속했다"며 "분명 눈속임으로 문을 닫고 수업을 하는 학원이 많을 텐데 어떻게 단속을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런가 하면 일각에서는 제도적으로 제한해야 인식이 바뀐다는 주장도 나왔다.

중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뒀다는 40대 직장인 D 씨는 "이렇게라도 쉴 수 있는 틈을 만들어놔야 조금이라도 쉬지 않겠나"라며 "주말에 쉬든 안 쉬든 그건 개인의 선택이지만 그렇게 선택권을 열어준다는 게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가 내년에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때문에 입시 관련 스트레스가 많은 게 사실이다"라면서도 "그런데 어떻게 몇 년을 쉬지도 않고 공부만 하겠나. 쉴 때는 쉬어야 공부 효율도 올라가고 건강도 해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련해 학원 관계자는 온라인 강의나 개인 과외 등 대체재가 많기 때문에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풍선효과란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나오는 것처럼,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박종덕 한국학원총연합회 회장은 지난 6월 CBS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휴무제가 채택된다 하더라도 전혀 실효성 없는 제도가 될 것"이라며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에도 입시 보습 학원 숫자보다 훨씬 상회하는 개인 과외의 범람을 가져온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초중학교 학생 중 다수의 학생은 일요일에 학원 수강을 하지 않는다. 고등학생들은 주중에 시간이 부족해 주말에 필요한 과목을 수강한다"며 "최근 5년간 개인 과외 숫자가 급증했는데 풍선 효과가 현실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사교육 시장이 음성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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