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은행, 잡히는 건 다 쥐어짠다

금리·규제·경기 3대 리스크…순이자마진(NIM) 하락에 내년 걱정
인력·비용 효율화 작업 가속…내실 다지기 경영계획 돌입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금리, 규제, 경기 3대 리스크로 금융권 경영환경이 '시계제로'인 가운데 비용절감이 내년 경영계획을 수립중인 은행권의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순이자마진(NIM) 하락으로 내년 역성장이 예상되면서 경영 효율성을 글로벌 은행 수준으로 높여 보릿고개를 넘기겠다는 것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 대비 판매관리비를 뜻하는 '영업이익경비율(CIR)'이 50.7%를 기록해 지난해 3분기(51.08%)보다 1.1%포인트 하락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3분기 43.2%에서 올해 3분기 43.13%로 0.07%포인트 내렸다. 국민은행은 같은 기간 48%에서 49.5%, KEB하나은행은 47.9%에서 51.5%로 각각 1.5%포인트, 3.6%포인트 상승했다.

시중은행 4곳 모두 삼정KPMG가 발표한 지난해 글로벌 100대 은행 CIR 평균(54.1%)보다 낮은 수준이다. 비용 관리 능력이 글로벌 은행 수준으로 올라왔다는 얘기다.

CIR는 이자이익ㆍ비이자이익을 합한 총영업이익을 인건비ㆍ임차료 등 판매관리비로 나눈 값이다. CIR가 낮을수록 판관비를 유연하게 조절해 생산성, 경영 효율성을 높였다고 볼 수 있다.

신한ㆍ국민ㆍ우리은행 3곳은 2년전과 비교해 CIR가 1.8~4.73%포인트 개선됐다. 대규모 희망퇴직 실시 등 일회성 인건비 지출로 CIR가 일시 상승하는 경우도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인력 효율화를 견인하고 최근 점포수 축소, 업무 디지털화 흐름도 CIR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간 금리 인상으로 이자이익이 늘고 투자은행(IB)ㆍ자산관리(WM) 등 비이자이익이 증가한 점도 CIR 개선을 견인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하락, 경기 둔화, 대출 규제 강화 등 은행을 둘러싼 경영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며 "핵심 수익원인 이자이익은 내년부터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줄일 수 있는 비용은 최대한 줄이며 실적을 방어하고 내실을 다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내년 은행권 실적 전망은 암울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한ㆍKBㆍ하나ㆍ우리금융지주의 2020년 예상 당기순이익은 11조4196억원이다. 올해 연간 추정치 11조7094억원 대비 2.47% 줄어든 규모다. 해외 금리 파생결합증권(DLS) 사태로 WM 영업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디지털화 흐름에 맞춰 이미 비용절감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주 52시간제 도입을 넘어 주 40시간제를 대비하고, 기업 여신 자동심사 등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를 통해 인력ㆍ비용 효율화 작업을 지속중이다. 비대면거래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점포 통폐합ㆍ축소 흐름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점포수는 2014년말 5178개에서 올해 6월말 4682개로 5년새 10%가 사라졌다.

이령화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글로벌 은행이 하강 국면에 진입했고 국내 은행은 특히 비우호적 시장 상황 속에 낮은 수익성이 예상돼 저비용 전략 중심의 혁신이 필요하다"며 "모든 지출 내역의 효율성을 엄격히 검토하고 월간 모니터링 등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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