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구 화재에도 이상無'…이젠 통신대란 없다

KT 아현화재 1년…서울시 합동 재난대응 훈련현장
상수도·전력·가스 등 유관기관 11곳 참여…소방차 50대 동원
LTE라우터로 통신망 마비 복구…드론·레일로봇 등도 투입
市, 신속대응 위해 지하시설 통합관리…2023년까지 2.7조원 지원

2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열린 지하시설물 복합재난 대비 합동훈련에서 소방대원들이 조연차를 이용해 지하의 연기를 뽑아내고 있다. / 서울시 제공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지하 공동구. 2층 중앙센터에선 시내 7곳 공동구의 모습이 CCTV를 통해 모니터로 전달됐다. 이를 지켜보던 서너 명 직원들의 얼굴에선 짙은 긴장감이 배어나왔다. 서울시설공단 관계자는 "공동구는 (기업과 개별 기관의) 단독구와 달리 국가보안시설물로, 위치와 상태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며 "이곳을 지나는 상수도관, 통신망, 전선 등은 개별 센서와 모니터로 24시간 감시돼 외부 침입과 화재, 홍수 등을 예방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오전에는 인근 월드컵 북로에서 서울시와 경찰, 소방, KT, 한국전력, 지역난방공사 등 11개 유관기관이 참여한 지하시설물 재난 대응 첫 합동훈련이 진행됐다. 수십 대의 소방차와 구급차, 경찰차가 집결한 가운데 오전 11시 훈련 시작 신호와 함께 지하 공동구 환기구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지휘차에 올라 매뉴얼대로 회의를 주재했다. 필수 정보를 공유한 직후 조연차가 동원돼 지하공간의 배연이 이뤄졌다. 회의에는 상수도ㆍ전력ㆍ가스ㆍ통신 등 유관기관 대표자 10여 명이 참석했다. 무선 송수신기를 통해 현장 소방대와 지휘차는 실시간으로 연결됐다. 상황 판단과 인명 구조, 방화범 체포, 훈련 종료까지는 불과 40분 남짓 소요됐을 따름이다.

오는 24일 KT 아현국 화재발생 1주년을 앞두고 서울시가 대규모 복합재난 대응 훈련을 실시했다. 이번 훈련에는 11개 기관 300여 명이 참여했다. 동원된 소방차만 50대가 넘었다. 훈련에선 공동구 안 방화로 인해 통신ㆍ전력ㆍ가스ㆍ상수도 등이 마비된 상황을 가정했다. 공동구는 통신ㆍ전력ㆍ가스ㆍ상수도 등 각종 지하 시설물을 모아둔 공간을 일컫는다. 개별 시설물이 설치된 지하 시설물은 단독구라고 부른다. 지난해 겨울 최악의 통신 대란을 불러온 KT의 아현국 화재와 2000년 송전선로 과부하로 금융 전산망을 마비시킨 여의도 화재는 각각 단독구와 공동구에서 일어난 대표적 대형 사고였다.

현장에선 KT 아현국 화재를 가정해 통신망이 마비된 상태에서 고객들이 다른 통신사의 와이파이망을 이용해 연락을 주고받는 모습이 시연됐다. 재난 '심각' 단계가 발령된 뒤에는 LTE라우터를 활용해 무선 결제 시스템 복구가 이뤄졌다. 지난해 화재로 반나절 이상 인근 통신망이 마비됐던 대란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이날 훈련에선 드론이 실시간 상황을 지휘차에 전달했다. 또 은평공동구에 시범설치된 레일 로봇이 전시됐다. 진 부시장은 "긴밀한 협력이 필수"라며 "대응 역량을 강화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20일 서울시 마포구의 한 지하 공동구에서 서울시설공단 관계자가 관리ㆍ점검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 서울시 제공

서울시 관계자는 훈련 직후 상암동의 한 지하 공동구로 취재진을 안내했다. 입구에는 '잊지맙시다!'란 제목의 안내문과 함께 화재 당시 사진과 사회ㆍ경제적 손실을 강조하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매캐한 지하실 냄새와 달리 공동구는 물기 하나 없이 관리됐다. 곡예를 넘듯 이리저리 작은 다리를 건너 도착한 관로에는 아래부터 700㎜ 직경의 상수도관과 3~4개 통신망, 전력선이 차례로 배설돼 있었다. 서울시설공단 관계자는 "공동구는 2000년 화재 이후 강화된 소방법의 적용을 받아 배수ㆍ환기시설과 절연재가 설치됐다"며 "단독구의 기준설비를 강화하는 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공동구는 주요 거점과 신도시를 중심으로 전국에 30곳, 단독구는 수백 곳이 설치돼 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7월 관리주체가 제각각인 관내 5만2697㎞의 지하시설물을 통합관리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2023년까지 2조7087억원을 투입해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계획이다. 대책에 따르면 서울시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아 유관기관 협의체를 운영하고 공동조사를 맡는다. 비용은 각 기관이 분담한다. 김기현 서울시 안전총괄과장은 "지구 1.3바퀴를 돌 수 있는 거리의 관내 지하시설물은 그동안 관리주체가 제각각이어서 현황 파악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면서 "향후 도심지에 소규모 공동구 도입을 검토하고 GTX 등 지하개발이 본격화되기에 앞서 안전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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