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화기자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 5월31일 기준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는 3만8005명입니다. 기증자는 3390명, 이식건수는 4719건입니다. 대기자의 8.9% 가 하나 이상의 장기를 기증했고, 대기자 1명이 하나만 장기이식을 받는다고 가정할 때 12% 정도의 대기자가 장기이식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장기이식을 받지 못한 나머지 대기자들은 어떻게 될까요?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의 대기시간은 평균 1218일입니다. 연수로는 3년3개월 정도를 기다려야 이식을 받을 수 있는데 병은 이식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이런 수급과 공급의 불균형으로 매년 1500명 정도는 장기이식을 기다리던 중 사망합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3년부터 5년간 국내에서만 7776명의 이식대기환자가 수술을 받지 못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나라별로 차이가 있지만 이식대기 환자의 약 70~90%가 이식수술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과학자들은 인공장기 연구에서 그 대안을 찾고 있습니다. 고장 난 자동차의 부품을 새 것으로 교체하는 것처럼 고장 난 장기를 인공장기로 대체할 수 있으면 어떨까요?
최근에는 환자 맞춤형 장기인 바이오 인공장기도 개발됐습니다. 그런데도 장기이식을 못받아 사망하는 사람들이 줄지 않는 것은 왜일까요? 과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정복하지 못한 분야가 바로 인간의 장기이기 때문입니다.
인류는 오래 전부터 새로운 장기로 교체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장기를 이식하는 방법(동종 장기이식)과 다른 동물의 장기를 이식하는 방법(이종 장기이식)을 사용해왔습니다. 그러나 같은 사람의 장기 외 다른 동물들의 장기는 인체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극심한 면역거부반응으로 이종 장기이식은 아직 넘지 못한 벽입니다.
그나마 20세기에 들어서면서 효과적인 면역억제제가 개발됐고, 인체에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제거한 형질전환 돼지가 탄생하면서 한 발 앞으로 나아가기는 했지만 여전히 넘어야할 벽은 높습니다. 이종 간 감염병 우려와 거부반응, 혈액응고가 심한 장기의 특성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이 아직은 부족합니다. 또 유전자 변형동물에 대한 윤리적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줄기세포로 맞춤형 장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면역거부반응 외 다른 문제들도 한 방에 해결될 수 있는 것이지요. 줄기세포와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고, 전자기술과 기계를 이용해 제작한 인공장기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4월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연구팀은 환자 고유의 세포와 생체재료를 이용해 3D프린터로 혈관조직까지 갖춘 '미니심장'을 제작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환자의 지방조직에서 콜라겐과 당단백질 등 생체재료와 세포를 분리하고, 세포가 줄기세포가 되도록 재프로그래밍했습니다.
생체재료는 인쇄용 잉크 역할을 하도록 하이드로겔 형태로 가공하고, 세포는 하이드로겔과 혼합해 심장세포와 내피세포로 분화시켜 환자의 면역체계에 적합하도록 심장혈관과 함께 프린터했습니다. 아직 완성된 기술은 아니지만 기술이 보다 완벽해지면, 심장 기증 수요는 거의 사라질 수 있을 전망입니다.
최근에는 신경 신호나 근육의 움직임 등 생체정보와 상호작용하는 착용형, 이식형 장치도 개발됐습니다. 웨어러블 인공 신장, 인공 눈, 인공 의수와 의족 등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형태의 인공장기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지금 인류는 이런 바이오 인공장기 기술이 인류의 삶에 미칠 영향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는데 있습니다. 경제, 사회, 문화, 환경 등 다양한 영역에서 닥쳐올 파장에 대한 대비를 해나가야 합니다. 장기이식 대기환자에게는 기쁜 소식임이 분명합니다. 또 고령자들에게도 더 건강하게 오래살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만 한 일입니다.
그러나 모두가 행복할 수 있을까요? 지금도 소득에 따라 의료불평등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데, 바이오 인공장기를 모두가 이식할 수 있을까요? 이식순위는 돈과 권력이 앞설지 모릅니다. 소설이나 영화에서는 지금의 장기이식 대기순서도 돈과 권력 앞에서 간단하게 바뀐다는 사실을 무수히 다루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물며 비싸긴 하지만 돈만 있으면 바로 제작할 수 있는 바이오 인공장기가 상용화된다면 국가 재정으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국가의 의료재정에서 지출할 수 있는 보험급여의 한도를 정하는 등 제도적 장치가 먼저 마련돼야 합니다.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은 없을까요? 장기밀매 관련 범죄는 줄어들겠지만, 다른 신종 범죄가 생기겠지요. 해킹 등을 통해 전자기기 인공장기를 베끼거나 유사품을 만들어 판매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과학과 기술은 사용하는 사회의 성숙도에 따라 발전할지, 혹은 자멸할지가 결정된다고 합니다. 우리 사회는 얼마나 성숙해졌을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