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프라이데이 e커머스 할인전쟁…제살깎아 손님 맞이

적자 감수하고 거래액 늘리고 이용자 이탈 막으려
점유율 확보 위해 출혈 경쟁도 마다 않아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약칭 블프) 세일로 큰 재미를 봤던 위메프는 올해 마케팅 예산을 두 배 늘렸다. 200억원을 투입해 구매금액의 50%를 환급해주는 대규모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11일까지 2만여개 특가 상품을 판매하는데 작년보다 상품 갯수가 6000여개 늘었다. 지난해보다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만큼 역대 최고 일 거래액 기록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위메프는 넥슨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든든한 실탄도 확보한 상태다. 위메프는 2500억원 가량의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유치로 실탄마련, 200억 쏜다

e커머스업계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한 과당ㆍ출혈경쟁 때문에 고질적인 적자의 늪에 빠져있다. 경영기조를 아예 '적자줄이기'에 나서온 위메프가 이번 블프에 200억원을 쏟아붓는 것은 "비록 적자가 늘어날 수 도 있지만 매출을 함께 늘리자"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 효과는 검증됐다고 보고 있다. 위메프는 지난해부터 결제금액의 50%를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이벤트를 도입했는데 작년 11월 1일 하루 매출은 480억원으로 기존 최대 일 거래액이었던 300억원보다 60% 많은 거래액을 달성했다. 1일부터 11일까지의 10일간 누적 거래액은 총 2300억원으로 보통 1개월 거래액의 절반을 10일 만에 만들어냈다.

위메프 관계자는 "작년 말부터 수익성 대신 거래액 규모를 늘리자는 기조로 바꾸면서 과감한 마케팅 전략을 펼쳐 역대 최대 거래액을 달성했다"며 "올해도 '가격=위메프'라는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 특가 상품에 더해 최대 50%, 20만원에 달하는 추가할인 혜택을 제공해 유통대전을 즐길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가만으로 안된다…10만원 파격 지원금

티몬은 전례 없는 최대 10만원의 쇼핑지원금을 쿠폰 형태로 제공한다. 타임커머스를 내건 티몬은 그동안 한정된 시간에 특가로 판매하는 행사 위주로 프로모션을 진행해왔지만 타 오픈마켓ㆍe커머스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 과감한 프로모션을 내걸었다. 티몬은 10만원 쿠폰과 함께 11월 한 달 간 매일 11개 초특가 상품을 선보이는 '티몬 111111' 쇼핑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애플의 에어팟이나 에버랜드 이용권 등을 정가보다 30~50%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이진원 티몬 대표는 "11월은 온ㆍ오프라인을 통틀어 명실상부한 유통업계의 성수기가 됐다"며 "한정된 소수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아닌 모두가 동일하게 누릴 수 있는 쇼핑 할인 축제가 되도록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경쟁 주도해온 쿠팡, 블프엔 잠잠

e커머스들이 출혈 경쟁에 나섰지만 상대적으로 쿠팡은 조용하다. 쿠팡은 11월 초 가전ㆍ주방ㆍ유아동ㆍ생활용품 등을 할인 판매하는 '땡큐위크'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위메프나 티몬 등 이커머스나 오픈마켓들과 비교했을 때 파격적인 마케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미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1위인데다 대대적인 프로모션 경쟁으로 적자를 심화시키기보다는 수익성을 키우는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11월에 경쟁에 맞붙지 않으면 이용자를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 온라인과 오프라인 업체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지만 쿠팡에게는 11월 시즌이 선택과 집중의 대상이 아닌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출혈경쟁, 소비자 웃고 적자는 늘고

온ㆍ오프라인 업체들이 앞다퉈 할인행사에 소비자들은 반가울 수 밖에 없다. 1일 새벽부터 포털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상위 1~5위를 이커머스 세일 프로모션들이 차지하고 있다. 30대 직장인 박세형 씨는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에 비해서는 국내 할인 규모가 작지만 특정 제품들은 11월 할인 기간이 확실히 저렴해서 그 기간을 노려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11번가나 지마켓 등 오픈마켓을 제외한 이커머스 업체들의 적자가 나날이 심화되고 있어 출혈 경쟁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쿠팡은 지난해 1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고 티몬은 1254억원, 위메프는 39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수년 간 지속된 적자에 외부 투자를 받아야만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e커머스 시장이 커지고 있고 점유율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출혈 경쟁이라도 감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어서다.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11월과 12월의 거래액이 1년의 30% 가까이 차지하기도 하는데 많게는 일반적인 한달 매출의 두 배까지도 나온다"며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 시기이다보니 단기적으로는 매출 확보 못하면 1년 장사 어려워지고 실적 키워야한다는 과제가 있고 장기적으로는 고객을 잃지 않고 확보해야한다는 과제 때문에 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설명했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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