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축구 외면…북한의 '스포츠외교' 자살골

평창올림픽으로 갈등국면 반전
농구 스타 로드맨 평양 초청 등
스포츠로 외교적 성과 이뤘던 北
29년만의 남북 평양축구는 외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6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불량국가 낙인을 떼고 정상국가로 나아가겠다는 북한이 모처럼 찾아온 '스포츠외교'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 농구스타 데니스 로드맨을 평양에 불러들여 스포츠 애호가로서의 평범한 이미지를 전세계에 과시하고, 농구를 평화의 메신저로 활용하려던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본인이었다.

15일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간 2022년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H조 경기는 비정상적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북측이 관련 일정 조율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한국 응원단과 취재진, 중계 방송단의 방북이 사실상 무산됐다. 생중계 시청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대안으로 문자중계가 거론된다. 선수단도 육로·비행 직항편이 아닌,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방북하게 됐다.

김 위원장이 2012년 집권한 이래, 북한은 스포츠를 통해 외교적 성과를 적잖이 거둬왔다. 스포츠는 '악마화'된 북한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남북 평화, 한반도 평화의 메시지를 전세계에 선전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이은주 선수(오른쪽) 홍은정 선수

"언니! 사진 찍어요."

지난 2016년 8월 8일, 브라질에서 열린 리우올림픽에서 기계체조에 출전한 이은주는 북한의 홍은정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했다. 남북 두 선수의 셀카 촬영 장면은 전세계로 퍼져 나갔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두 선수의 셀카 사진을 보고 "위대한 몸짓(Great gesture)"이라고 말했다. 영국 BBC는 "올림픽의 가장 상징적인 사진"이라고 보도했다. AP통신은 12일 "한국과 북한은 핵 문제로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리우에서는 소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핵 단추', '화염과 분노'라는 말을 주고 받으며 충돌 직전까지 갔던 북·미관계를 대화국면으로 반전시킨 주요 계기였다.

평양에서 열리는 이번 남북 간 축구 경기에도 기대감이 커져왔던 게 사실이다. 미국의 외교전문 매체 더디플로맷은 "15일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간 경기는 피파 월드컵 지역예선 그 이상"이라고 했다. 열정의 스포츠가 정치적 해빙의 계기이길 바랐다. 그러나 북한은 남한 선수단의 편의조차 최대한 배제했고, 남북 간 의사소통에도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공분만 불러일으켰다.

북한의 이같은 태도에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줄다리기가 진행 중이라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안전보장을 차기 전략으로 정한 상황에서, 남한과의 유화 무드는 오히려 대미 협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선미후남' 기조를 굳혔고, 남한과의 접촉 자체를 꺼리고 있다. 아울러 기존 '제재 완화'에 더해, '안전보장'을 새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북한의 최근 대외 비난메시지는 남한과 한미의 '군사적 위협'으로 모아지고 있다. 이는 자신들의 새로운 요구인 '안전보장'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될 수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대미 협상카드로 내세운 '안전보장'의 의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국의 군사적 대미 종속성, 한국의 군사훈련 및 무기도입 등을 과장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리는 이번 경기에 김 위원장이 직접 관람할 지 여부도 관심이다. 김 위원장은 2015년 4월 15일 (태양절)김일성경기장을 찾아 축구 경기를 관람한 바 있다. 다만 해당 경기는 국제경기가 아니라 만경대상체육경기대회 남자축구 선봉팀과 횃불팀의 경기였고, 객관적인 전력 차이로 인해 북한의 패배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방문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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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nter>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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