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장사 절반, 공모가 밑돌았다

힘 빠지는 공모주시장
3분기까지 40곳 중 22곳 하회
작년 41곳 중 12곳보다 확 늘어
공모주펀드 자금도 1130억원 이탈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올해 증시 하락의 영향으로 새내기 공모주 중 절반 이상이 공모가를 하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모주펀드 수익률은 연초대비 1%대에 불과했고, 자금은 1130억원가량 빠져나갔다. 일각에서는 공모주 밸류에이션(가치평가) 자체에 거품이 끼었으며, 기관투자가들이 공모주 물량을 쓸어담은 뒤 상장 직후 팔아치워 시장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0일 기업설명회(IR) 컨설팅 전문기업 IR큐더스가 분석한 올해 3분기 누적 IPO현황 자료에 따르면, 3분기까지 신규 상장한 40개사의 공모금액은 1조819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6847억원(41개사)보다 7.8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모규모는 늘었지만 공모 이후 주가는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3분기까지 신규 상장한 종목 중 공모가를 하회한 종목은 전체 41개사 중 12개로 29.27%였지만, 올해는 40개사 중 22개사가 공모가를 밑돌아 전체의 55%를 차지했다.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체인 에스앤케이는 공모가가 4만400원이었지만 지난 27일 종가 기준 주가가 1만8600원으로 53.96% 하락했다. 방송 프로그램 제작업체인 에이스토리 역시 공모가 1만4300원에서 9650원으로 32.52%나 빠졌다. 이밖에 압타바이오(-48.83%), 셀리드(-44.09%), 이노테라피(-43.33%) 등이 공모가 대비 큰 폭의 주가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이들 종목의 특징은 희망 공모가 상단 이상에서 공모가격이 확정됐다는 것이다. 총 30개 기업(75%)이 상장 전 희망 공모 밴드 상단 혹은 그 이상에서 공모가격이 정해져 고평가 우려가 있었다. 에스앤케이, 에이스토리 등이 이에 해당된다. 지노믹트리는 공모 희망 밴드(1만7000원~2만5000원)를 훌쩍 넘는 2만7000원에 공모가가 정해진 뒤 지금은 1만4800원으로 45.19% 뚝 떨어졌다. 세틀뱅크, 플리토 등도 각각 공모가 상단이 4만9000원, 2만3000원이었지만 이를 뛰어넘는 5만5000원, 2만6000원에서 공모가가 정해졌다. 현재 주가는 각각 29.81%, 32.52%씩 하락한 수준이다.

공모주펀드 수익률도 1%대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7일 종가 기준 공모주펀드 115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1.40%인 것으로 집계됐다. 새내기주들의 성과가 좋을 때는 연 10% 안팎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지만, 올해는 코스피200지수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신세다. 설정액도 급감해 연초보다 1133억원이 빠져나갔다.

공모주 물량을 받은 기관이 상장 당일 물량을 대거 매도해 주가 하락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상장한 40개사 중 30개사의 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일제히 상승했지만, 현재 시초가보다 높은 주가를 형성하는 곳은 9개사에 불과하다. 전체의 77.5%가 상장 당일 시초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모주들의 주가 하락은 전반적인 증시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공모가가 정확하게 산정되지 못한 점이나 기관투자가들의 수익률만 좇는 투자 행태 등도 시장 신뢰를 잃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자본시장부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