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회계법인 등 20곳 주기적지정제 '1번시드' 안착…중소형사 '양극화' 아우성

등록제 요건 갖추려
올해 M&A 한 회계법인
1번시드 안착률 17%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금융위원회는 삼일PwC, 삼정KPMG, EY한영, 딜로이트안진 등 소위 '4대 법인' 등 회계법인 20곳을 '1차 감사인'으로 등록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신한금융지주(신한지주), KB금융지주(KB금융), 삼성생명, GS건설, 미래에셋대우 등 국내 최고 수준의 자산을 갖춘 상장사 220곳을 감사할 기회이기도 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주기적 지정제)' 대상에 든 상장사에 대한 감사 자격은 오직 이날 '1번 시드'를 얻어 등록된 회계법인에게만 주어진다. 중소 회계법인들은 애초에 주기적 지정제는 다른 나라 얘기에 불과한 '꿈의 무대'지만 이날 지정 이후 회계법인 간 평판을 가르는 새 기준으로 작용, 자칫 회계법인 간 '양극화'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6일 금융위원회는 회계법인 20곳이 상장회사 감사인으로 금융위에 1차 등록됐다고 밝혔다. 등록 회계법인은 ▲대형사 4곳(소속 공인회계사 600명 이상=삼일PwC, 삼정KPMG, EY한영, 딜로이트안진) ▲중견사 5곳(120명 이상=삼덕·대주·신한·한울·우리회계법인) ▲중형사 9곳(60인 이상=이촌·성도이현·태성·인덕·신우·대성삼경·서현·도원·다산회계법인) ▲소형사 2곳(40인 이상=안경·예일회계법인) 등이다.

이 가운데 올해 감사인 등록요건을 맞추기 위해 인수합병(M&A)를 한 회계법인 12곳 중에선 성도이현과 인덕 등 2곳만 1번 시드를 거머쥐었다. 한길회계법인, '상지원+대안', '광교+천지', '세일+원', '신승+유진', '참+명일' 등 10곳은 뽑히지 않았다.

이날 1번시드를 얻은 회계법인들은 다음달 14일 사전통지 예정인 주기적 지정제 대상 상장사 감사인으로 뽑힐 수 있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주기적 지정제는 감사인을 6년 자유수임한 뒤 3년간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지정하는대로 회계법인들이 상장사 약 220곳에 대한 감사를 수행하는 제도다. 업무는 증선위의 위탁을 받은 금융감독원이 수행한다.

이날 1번시드를 얻었다고 안심할 순 없다. 금융위는 "상장회사 감사인은 등록된 뒤에도 등록요건을 유지해야 하고, 유지하지 못하면 등록이 취소될 수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위는 이달까지 등록 신청한 나머지 회계법인 23곳의 경우 오는 12월과 내년 1월에 2차, 3차 등록 절차를 거친 뒤 심사 결과를 안내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금융위는 상장사에도 주의 사항을 당부했다. 금융위는 ▲2020사업연도부터 새로 감사계약을 맺으려는 상장사는 감사계약 체결 전 등록된 회계법인과 계약을 맺어야 하고 ▲등록제 시행 전 3년 단위로 감사계약을 맺은 상장사도 기존 감사인이 오는 12월31일까지 감사인으로 등록되지 못하면 2020사업연도 개시 후 지체없이 기존 계약을 중도 해지한 뒤 새 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사인 등록제는 지난 2017년 10월 개정 후 지난해 11월1일부터 시행된 새 외부감사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의 일환이다.

지난 1월30일 금융위가 의결한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규정안'에 따라 등록제 규정엔 오는 11월부터 2019사업연도 상장사 외부감사를 할 때 '주 사무소 등록 공인회계사 40명 이상(지방은 20명)'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감사 자격을 얻을 수 없게 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40명 하한선'에 미치지 못하는 중소형 회계법인들이 인수합병(M&A)에 나서야 했던 구조적인 이유로 작용했다.

금융위는 등록제 시행 취지에 대해 "상장사에 대한 감사품질을 높이기 위해 금융위에 사전 등록한 회계법인만 감사인이 될 수 있도록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금융위가 회계사 최소 40인 이상(지방은 20명) 고용 외에도 설정한 감사법인 등록요건을 보면 ▲경력 10년 이상 대표, 경력 7년 이상 품질관리(감사업무 설계) 이사 및 경력 5년 이상 품질관리 담당자 마련 ▲소속 공인회계사수별 품질관리업무 담당자 최소 인원 규정(301명 법인=6명+300명 초과 인원의 1%를 합한 수 이상, 101~300명 법인=2명+100명 초과 인원의 2%를 합한 수 이상, 71~100명 법인=2명 이상, 20~70명 법인=1명 이상 ▲감사 품질관련 인사·자금·품질관리 등을 통합관리하는 조직, 내규, 전산 등 체계 구축 등이 있다.

이에 대해 중소 회계법인들은 감사 품질을 높이려는 당국의 제도 시행 취지는 이해하지만 '빅4'와의 '양극화'는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감사인 등록제 요건이라도 갖추려 부랴부랴 M&A를 했다 해도 '지정제 법인'과 '비(非) 지정제 법인'이란 새로운 평판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올해 M&A를 한 중소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는 "중소형 법인 입장에서 지정제는 다른 나라 얘기나 다름없는데, 오죽하면 '지정제급 법인', '지정제급 회계사'란 말도 나온다"며 "중소형 법인들은 종전의 코스닥 혹은 비상장사에 대한 감사 일감이라도 유지하려고 M&A를 하는 실정이지만, '난빅4' 중 지정제 대상인 코스피 상장사의 외부 감사를 맡는 곳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고, 이는 곧 회계법인의 평판을 가르는 새 기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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