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알코올성 지방간 치료 새로운 표적 제시

정원일 KAIST 교수팀, 간에 존재 신경계 유사 대사시냅스 제시…'셀 메타볼리즘' 게재

간세포와 간성상세포 사이 양방향 신호전달계를 통한 알코올성 지방간 형성 기전도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국내 연구진이 인체의 '화학공장'으로 불리는 간에 유사신경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뇌세포처럼 간세포도 신경전달 물질을 통해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해독과 면역의 장기인 간의 기능을 신경학적 경로로 조절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노정혜)은 정원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연구팀이 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에서 신경전달 물질인 '글루타메이트'의 역할을 규명하고 치료제 개발의 새로운 표적으로 제시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사분야 국제학술지 '셀 메타볼리즘'에 이날 게재됐다.

만성 알코올 섭취에 의한 지방간은 간세포의 알코올 대사에 따라 발생하는 활성산소가 주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간경변증과 간암 등으로 진행될 수 있어 조기치료가 필요하나 간의 대사기능이나 면역기능을 조절하는 데 초점을 맞춘 기존 연구로는 정확한 기전규명이나 치료제 개발에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알코올 분해시 발생한 활성산소를 제거하기 위해 간세포가 글루타메이트를 분비하고, 인접한 세포의 글루타메이트 수용체가 활성화되면 '엔도카나비노이드'라는 신경전달 물질이 생겨 알코올성 지방간이 유도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활성산소 그 자체보다는 그로 인해 분비되는 대사전달 물질 글루타메이트와 그 수용체의 상호작용이 지방간 발생의 핵심임을 밝힌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8주간 알코올을 섭취한 생쥐모델의 간에서는 글루타메이트 분비를 돕는 글루타메이트 역수송체 단백질이 알코올을 섭취하지 않은 생쥐에 비해 많이 발견됐다. 또한 이 생쥐모델에서 글루타메이트, 글루타메이트 역수송체나 글루타메이트 수용체 단백질을 억제할 경우 지방간 발생이 현저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들이 알코올성 간질환 치료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실제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의 혈중 글루타메이트 농도는 건강한 사람에 비해 높게 나타났으며 간생검 조직에서 글루타메이트 역수송체와 글루타메이트 수용체 단백질이 현저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쥐 모델을 활용한 치료제 개발이 가능한 것이다.

정원일 교수는 "신경세포간 신호를 주고받는 시냅스처럼 간에도 신경계와 유사한 대사시냅스가 존재함을 제시한 것"이라며 "알코올성 간질환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함으로써 향후 비 알코올성 지방간과 같은 기타 간질환 등의 연구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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