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참사 책임, 정부에 돌린 옥시…'감독 철저했으면 참사 안났을 것'

옥시, 가습기 살균제 참사 관련 제품 최다 판매
피해자·유족들 강력 항의

28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2019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 둘째날 오전세션에서 박동석 옥시 PB대표이사가 특위 위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가습기살균제 참사에서 최대 피해자를 발생시킨 회사로 꼽히는 옥시레킷벤키저의 박동석 대표가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정부의 관리·감독을 탓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28일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는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가습기 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를 열었다. 청문회 이틀째인 이날 오전 세션에는 옥시레킷벤키저·LG생활건강 등 제조업체와 환경부·국방부·질병관리본부 등을 대상으로 유해성 입증과 피해자 찾기에 미흡했던 점 등이 중점 논의됐다.

이날 청문회에 출석한 박 대표는 "1994년 SK케미칼이 가습기 살균제를 처음 개발·판매했을 때나 1996년 옥시가 유사 제품을 내놨을 때 정부 기관에서 관리 감독을 철저히 했더라면 이런 참사는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2011년 질병관리본부에서 가습기살균제 문제로 인한 폐 손상을 우려했을 때 옥시가 법적 절차를 방어하기보다 사과하고 책임을 인정했더라면, 2016년 옥시가 책임을 인정했을 때 SK케미칼이나 관련 제조업체들이 배상 책임을 했더라면 피해자의 고통은 현저히 줄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청문회에 참석한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은 박 대표의 발언에 소리를 지르며 항의하기도 했다. 특조위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998만여개 중 옥시 제품이 55%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특조위는 이날 청문회에 옥시레킷벤키저 영국 본사 책임자 등 외국인 대표들은 한 명도 참석하지 않은 점을 성토했다. 최예용 특조위 부위원장은 "2016년 국회 국정조사 때도 오늘 청문회에도 외국인 책임자는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며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대해 책임지는 기업의 자세냐"고 지적했다. 이에 박 대표는 "본사의 결정에 저는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며 "(외국인 대표들은)다른 일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옥시에 영국 본사가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관여했는지와 참사 이후 대응 과정에서 문제점 등을 물었다. 황필규 특조위 비상임위원은 "잘못이 없으면 당당히 한국에 와서 조사받고 무혐의 처분받으면 된다"며 "진실 규명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고 하지만 본사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책임을 묻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특조위는 LG생활건강 관계자들을 상대로는 LG생활건강이 판매한 '119 가습기 세균제거제'의 원료인 염화벤잘코늄(BKC)의 안전성 검증 미흡에 대해 추궁했다. 홍성칠 특조위 비상임위원은 "당시 제품에 대한 흡입독성 실험은 하지 않고 살균력을 우선 검토했다"고 지적했고 이치우 전 LG생활건강 생활용품 사업부 개발팀 직원은 "흡입독성 실험은 하지 않았지만, 문헌 검토를 통해 제품화했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가습기의 분무액에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폐질환 등에 걸린 사건이다. 2011년 11월 가습기살균제의 독성이 확인되고 제품 수거 명령 및 판매 중단이 내려졌음에도 기업을 상대로 한 제재는 수천∼수백만원의 과징금 부과에 그쳤다. 지금까지 환경부가 집계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자 수는 1424명에 이른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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