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읽다]동물의 '맹독', 인간을 살리는 치료제?

뱀독은 주로 심혈관계 치료에 활용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맹독을 가진 동물은 위험합니다. 포식자나 경쟁자는 맹독을 가진 동물에게는 쉽사리 덤벼들지 않고, 간혹 사람이 맹독을 가진 동물에게 물려 생명을 잃기도 합니다.

동물이 맹독을 가지게 된 것은 포식자와 먹잇감의 치열한 생존과 진화의 경쟁 때문입니다. 적으로부터 생존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지키고, 적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물질을 스스로 만들어 내야 했는데 그 물질이 바로 독인 것이지요. 지구상에 존재하는 약 15만 종의 동물이 독을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동물들의 맹독이 과학자들의 손을 거치면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는 약이 됩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동물이 뱀입니다. 뱀은 과학자들이 신약개발 등을 위해 가장 많이 연구한 동물 중 한 종입니다. 뱀독을 이용한 약은 주로 심혈관계 치료에 사용됩니다.

뱀독을 이용한 치료제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고혈압 치료제로 사용되는 '캅토프릴'입니다. 바나나 농장에서 일하는 인부들이 자주 자라라카 독사에 물려 기절했는데 이 뱀의 독 성분인 펩타이드를 연구해 만들어 낸 것입니다. 미국의 피그미방울뱀의 독은 혈액 응고를 방해해 많은 출혈을 야기하는데 이 독은 심정지 치료제인 '엡티피바타이드'로 사용됩니다.

꿀벌과 말벌의 침에도 독이 있습니다. 꿀벌 독에는 멜리틴이라는 성분이 함유돼 있는데 한번 쏘이면 마치 타는 듯한 아픔을 느낀다고 합니다. 이 멜리틴이 최근 연구에서 에이즈 바이러스의 보호막을 뚫는데 성공해 에이즈 감염을 막는 여성청결제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브라질의 말벌인 '폴리비아 폴리스타'의 독에 포함된 멜라틴은 유방암과 피부암을 수축시키는 효과가 있어 암세포를 억제할 수 있는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고, 류머티스 관절염의 염증 반응을 차단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카리브해 연안에 서식하는 말미잘의 독에 함유된 '달라자타이드' 성분은 다발성 경화증이나 류머티스 관절염, 건선, 홍반 등의 자가면역 질환 치료제로 개발돼 제2상 임상실험을 거치고 있습니다. 인도양이나 태평양에서 발견되는 청자고동에서 뽑아낸 '지코노타이드' 성분은 진통제로 활용됩니다. 모르핀과 비슷한 약물로 척추에 바로 주입해 심한 통증을 다루는데 사용됩니다.

미국에서 가장 큰 도마뱀인 '할라 몬스터'는 타액에 독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 도마뱀은 1년에 세 번만 먹이를 먹어도 생존할 수 있을 정도로 생존력이 강한데 이처럼 먹은 것이 부족해도 혈당을 유지한다고 합니다. 이 도마뱀의 독의 성분으로 만든 '엑세나타이드'라는 주사제는 당뇨병 환자들의 정상적 혈당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동물의 맹독을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는 약으로 재창조하는 과학자들의 노력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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