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하락 틈타 자사주 매입 나선 경영진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최근 주식시장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상장사 대주주나 경영진들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주가가 낮은 시기에 지분을 늘려 경영권을 강화하거나 주가 부양 의지를 나타내기 위한 취지로 보인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허인철 오리온그룹 부회장은 지난 12일 오리온 보통주 6400주, 오리온홀딩스 보통주 3만1000주를 각각 장내 매수했다. 이날 허 부회장이 매입한 주식은 10억원 규모다. 올해 초 12만원대를 오가던 오리온 주가는 최근 8만원대로, 오리온홀딩스 주가는 1만8000원대에서 1만5000원대로 떨어진 상태다.

원종규 코리안리 사장도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초까지 약 30억원의 사재를 출연해 자사주 42만여 주를 사들였다. 원 사장의 지분율은 기존 3.57%에서 4.05%로 올랐다. 코리안리의 최근 주가는 7500원대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회귀한 상황이다.

정몽규 HDC 회장은 지난달 말부터 최근까지 자사주 5만9117주를 장내 매수했다. 매입 금액은 약 7억4000만원으로 정 회장 지분율은 종전보다 0.1%포인트 높은 33.68%가 됐다. 이밖에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약 2억3000만원), 문종인 한국철강 사장(약 1억원), 류광지 금양 사장(약 3억원), 이윤하 하나제약 사장(약 1억원), 구동휘 LS 상무(약 7억원) 등도 억대 자사주 매입을 한 기업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오너가 자사주를 매입하면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들어 주가를 부양하는 효과가 있다. 또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오너들이 지분을 늘리면 펀더멘털이 양호하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박소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회사 상황을 잘 아는 최대주주가 지분율을 늘리고, 기업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경우 주가 방어와 함께 기업의 펀더멘털에 대한 자신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사주 매입이 곧바로 주가 부양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4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자사주 14만주(약 240억원)를 산 이마트는 주가가 반짝 오르다가 이후 4개월 만에 50% 가까이 하락했다. 실적이 뒷받침 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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