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순기자
펜싱 국가대표 선수들이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2020 도쿄하계올림픽을 앞두고 훈련을 하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내년 7월24일 개막하는 2020 도쿄 하계올림픽이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각국 선수단이 묵는 선수촌 내 식탁에 올리기로 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의 건강 문제를 고려해 올림픽 출전을 취소해야 한다"고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한체육회는 대표 선수단의 먹을거리를 손수 해결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신치용 국가대표 선수촌장은 25일 "경기력 향상에 집중해야 할 우리 선수들이 먹을거리 문제로 우려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며 "이전 올림픽에서 제공했던 도시락이나 식사 지원을 도쿄에서는 보다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한체육회는 앞서 열린 올림픽에서도 선수단의 휴식을 보장하고, 해외에서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고생하는 대표 선수들을 위해 '코리아하우스'를 운영하면서 먹을거리를 조달했다. 파견된 조리사와 영양사들이 식자재를 공수해 음식을 만들거나 현지 한인 사회의 도움을 받아 마련한 한식 도시락을 경기를 앞둔 선수들에게 제공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가깝게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 때 매일 200개 안팎의 도시락을 준비해 경기장이나 훈련장에 있는 우리 선수들에게 점심으로 제공했다. 도쿄올림픽에서는 도시락의 수량을 확대하거나 뷔페 식단을 꾸려 대회 조직위원회가 마련한 선수촌 식당이 아니어도 끼니를 해결하도록 돕겠다는 방침이다. 신 촌장은 "모든 식사를 코리아하우스에서 제공하기는 어렵겠지만 경기 일정의 여유가 있는 선수들 중심으로 가끔씩 들러 마음놓고 식사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2011년 원전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 지역의 농수산물을 선수촌 식당에 공급하기로 일찌감치 방침을 정했다. '부흥올림픽'을 모토로 후쿠시마가 재해를 극복했다는 의미를 부각시키면서 먹을거리도 안전하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원전 피폭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반일 감정까지 더해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우리 선수들을 위험으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 "도쿄올림픽을 보이콧 해야 한다"는 요청이 거듭되고 있다.
대한체육회뿐 아니라 올림픽 종목의 경기단체 차원에서 대표 선수들을 위해 먹을거리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자동차가 회장사인 대한양궁협회는 리우올림픽에서 양궁 대표 선수들을 위해 전담 한식 조리사를 배치했다. 축구의 경우 예선 일정에 따라 경기장을 수시로 옮기기 때문에 선수촌 대신 인근의 호텔에서 묵는데, 대한축구협회가 파견하는 전담 조리사와 자체 공수한 식자재로 식사를 제공하기도 한다. 신 촌장은 "경기단체마다 살림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모든 종목에서 별도의 먹을거리를 준비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자체적으로 식사를 지원하겠다는 경기단체가 많아진다면 크게 환영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