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훈기자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가족해체와 사회적 실패로 인한 비자발적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가족 구성원이 혼자인 1인 가구는 범죄 피해에 취약하면서도 범죄 가해 행동을 제어하기 쉽지 않은 환경에 놓인다. 경제ㆍ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불만을 품은 이른바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로 전락하기도 한다. 이들의 불만이 불특정 다수에 표출되는 '묻지마 범죄'로 나타나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는 2000년 222만 가구에서 2017년 562만 가구로 152.6%급증했다. 17년 만에 2.5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일반 가구 증가폭은 37.5%에 불과했다. 가치관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 뿐만 아니라 비자발적 1인 가구가 역시 늘고 있다. 특히 눈여겨 볼 대목은 실업, 빈곤, 이혼 등을 이유로 한 '중년 1인 가구' 증가다. 45~64세 중년 1인 가구는 2000년 53만9000가구에서 2017년에는 184만9000가구로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1인 가구 가운데 45~64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4.3%에서 32.9%로 높아졌다.
1인 가구가 된 이들은 다인 가구에 비해 경제적ㆍ정서적ㆍ육체적 어려움에 취약하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18년1월 발표한 '1인가구의 인구 경제적 특징' 보고서를 보면 1인 가구는 전반적으로 고용의 질과 소득이 낮지만 40대 이후부터 그 정도가 심해진다. 40대의 경우 다인가구의 임시ㆍ일용직 비율이 11.6%인 반면, 1인가구의 경우 24.3%로 두 배가 넘는다. 50대 1인가구의 임시ㆍ일용직 비율은 41%에 달한다. 소득수준도 낮을 수 밖에 없다.
지난 4월 '진주아파트 묻지마 흉기ㆍ방화 살인 사건'은 경제ㆍ사회적 불만을 범죄 행위로 표출한 1인 가구의 극단적인 예다. 조현병을 앓고 있던 범인 안인득(42)은 혼자 사는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바깥으로 뛰쳐나오던 주민들에게 흉기를 마구 휘둘러 결국 5명이 숨지고, 13명이 부상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안인득은 경찰 조사에서 "임금체불로 불만이 많아 홧김에 저질렀다"고 범행동기를 진술했다.
백종우 경희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가족구성원이 없는 가족 형태인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일부 환자들은 정신질환 증세가 악화되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가족 외에 환자를 도울 수 있는 사회안전망 등을 확보하지 못하면 혼자 사는 정신질환자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립된 개인'이 늘어나는 것이 공동체의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회적 안전망이 없는 상황에서 가족 구성원도 없는 '은둔형 1인 가구'는 생존을 위해 타인을 경쟁상대로만 바라볼 수 있다"며 "지역 사회와 지자체 등이 이웃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문제에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