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밀물/정끝별

가까스로 저녁에서야

두 척의 배가

미끄러지듯 항구에 닻을 내린다

벗은 두 배가

나란히 누워

서로의 상처에 손을 대며

무사하구나 다행이야

응, 바다가 잠잠해서

■차마 물어볼 수가 없구나, 아내여. 오늘 하루 기뻤는지 혹은 슬펐는지. "가까스로 저녁에서야" 돌아와 곤히 잠든 당신. 그런 당신을 바라보고 있자면 그래 나는 도무지 순해질 수밖에 없구나. 도무지 간절해질 수밖에 없구나. 당신이 어느 바다 위를 뒤척이고 있으면 다만 머리를 쓰다듬을 뿐, 다만 당신의 꿈속이 무사해지길 기도할 뿐. 내가 지금 아름다운 까닭은 아내여, 당신이 이 세상에 있기 때문이다. 채상우 시인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