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여담]함께 행복할 근거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그 수많은 왕자와 공주들은 대부분 하얀 피부를 가졌다. 인간은 평등하고 기회도 그래야하지만, 적어도 동화와 판타지의 세계에선 그렇지 않았나보다.

무의식 중에, 스포트라이트가 비출 자리엔 백인이 자리잡았다. 그래서 최근 디즈니의 선택은 파문을 일으켰다. 실사 인어공주를 제작하면서 흑인을 내세웠다. 디즈니측은 논란이 일자 '불쌍하고 불행한 영혼들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라는 글을 통해 반박하기도 했다. 원작 작가가 덴마크 사람이지만, 인어는 '국제적인' 물 속 왕국에 살고 있으며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흑인도 덴마크인일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다른 공주가 아니고 인어공주라는 점에서 드라마틱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대부분 스포츠에서 흑인이 뛰어난 능력을 보이지만 유독 수영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인종적 요인보다는 사회적 요인이 크다고 한다. 미국에서 지독한 인종 차별의 시절에 흑인이 수영장에 들어오면 소독을 한다며 물 속에 염산을 뿌리기도 했다는 얘기가 전해온다. 수영을 배울 기회를 허용치 않았던 셈이다.

그런가하면 전인류의 첩보영화 시리즈 '007' 다음 편에서 흑인 여성 요원이 등장할 것이라고 한다. 은퇴한 제임스 본드의 후임이다. 왕자의 사랑을 갈망하는 공주가 아니라 목숨 걸고 첩보전을 벌이는 역할이다.

영화 속 얘기만은 아니다. 처음으로 여성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탄생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은 이미 독일의 첫 여성 국방장관이었다. 슬하에 7명의 자녀를 두고 있기도 하다. 독일 정부에서 여러 장관을 거치면서 '저출산 파이터'로 남성의 유급 육아휴직 확대를 밀어붙이기도 했다.

편견과 선입관의 주된 대상이 되어 온 여성은 상징적이다. 여성이 '응당 있어야 할' 자리란 없어지고 있다. 어디에든 있을 수 있는 시대다.

세상은 언제나 달라지고 있다. 미국의 대통령처럼 인종 차별의 '역진'을 보이기도 하지만, 장강(長江)의 흐름에 비춰보면 논란꺼리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역진 속에서 빚어지는 고통은 참담할 따름이다.

좀 다른 얘기지만, 우리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라는 또 하나의 변화 속에 놓였다. 억울하고 아니꼬워도 참고 다녀야만 했던, 그 숱한 고통들에게 손을 내민다. 우리는 그러자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가는 것은 의미가 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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