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읽다]천 조각이 가져온 '쓰레기제로'의 기적

장바구니만 들고 다녀도 쓰레기량을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무더우면 악취도 심해집니다. 여름에는 하루라도 쓰레기 수거가 늦어지면 지방자치단체에 민원이 빚발칩니다. 쓰레기를 만드는 주범이면서 쓰레기 처리가 늦다고 화를 내는 것이 사람입니다. 참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지구를 병들게 한 가장 심각한 바이러스는 사람입니다. 사람들은 매일매일 쓰레기를 생산합니다. 지구는 환경을 망친 이 쓰레기에 병들고, 병든 지구 때문에 사람들도 병드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 세계 주요 도시에서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맥주 제조과정에서 쓰레기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제로웨이스트 맥주'가 유명합니다. 영국의 맥주회사 노던 몽크 브루사는 버려지는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파는 사회적 식당 '리얼 정크푸드 프로젝트'와 협력해 흠집 때문에 판매되지 못한 크로아상 등 빵과 배를 활용해 맥주를 만드는데 이 맥주는 제조과정에서 찌꺼기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맥주를 담는 병은 100% 재활용되는 유리로 제작하고,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부 부산물은 지역 농가에 퇴비로 제공합니다. 원래 맥주 생산과정에는 엄청난 전력량과 물이 소비되는데, 스코틀랜드의 경우 연간 5만톤 이상의 찌꺼기가 맥주 생산과정에서 배출된다고 합니다.

놀랍게도 '음식물쓰레기 축제'도 벌어집니다. 어떤 축제를 상상하시나요? 토마토축제처럼 남은 음식물을 공중에 던지거나 다른 사람에게 던지면서 즐기는 그런 축제를 상상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음식물쓰레기 축제는 2009년 12월 런던에서 처음으로 시작됐는데 버려진 식재료만을 이용해 음식을 만들어 수천여명의 참가자들과 나눠 먹는 음식축제입니다.

지금은 전세계적 행사로 자리잡았는데 이 축제에서는 버려진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나눠먹는 것도 즐기지만, 행사 참가자들은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겠다는 서약을 해야 하며, 버려지는 식재료를 활용한 셰프의 요리쇼, 음식물쓰레기 줄이는 지혜를 공유하는 강연도 함께 열립니다.

나름 깨어있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는 '제로웨이스트 레스토랑'도 유명합니다. 영국 최초의 제로웨이스트 레스토랑인 실로는 음식은 버려진 비닐을 업사이클링한 접시에 담고, 음료는 사용한 잼 병을 씻어서 담아줍니다. 종이를 아끼기 위해 영수증도 이메일로 보내줍니다. 영국의 지속가능한 레스토랑 협회도 2011년부터 식당에서 먹다 남은 음식을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 친환경 재질의 'The Doggy Box'를 무료로 각 레스토랑에 배포하고 있습니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레스토랑 맷 올랜도는 식재료 구입 때 포장돼 있던 포장지나 용기를 공급업체에 다시 돌려줘 음식을 만들 때 발생하는 쓰레기와 식재료 보관 용기를 100% 재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주방에서 나오는 음식물쓰레기는 100% 인근 닭들의 먹이나 텃밭의 퇴비로 사용하지요.

'제로웨이스트 디자인'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버려지는 엄청난 양의 자투리 천을 활용해 앞치마나 쿠션, 가방 등을 만들기도 하고, 각종 폐기물을 모아 간판을 제작하기도 합니다.

뉴욕시와 경기도의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플랜'도 주목할만 합니다. 뉴욕시는 매년 120만톤이나 배출되는 음식물쓰레기를 90% 가량 줄이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제로웨이스트 플랜을 추진합니다.

베아 존슨 일가족 4명이 1년간 버린 쓰레기량. 빈 잼 1병 분량에 불과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객실 150개 이상인 호텔의 레스토랑과 양키스타디움, 매디슨스퀘어가든 등 1만5000석 이상의 경기장과 공연장, 대규모 식품도매 및 제조업체 등은 음식물 처리업체 고용을 의무화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벌금 등 무거운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또 음식물쓰레기 퇴비 만들기, 남는 음식물쓰레기 재활용 하기 등도 함께 펼치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제로웨이스트 도시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우선 연간 305톤에 달하는 쓰레기 직매립을 전면금지했습니다. 대신 소각장과 자원회수시설을 보강해 폐기물 재활용률을 높였습니다. 시행 후 몇년 간은 시설투자 등에 추가로 예산이 투입됐지만 수년 내 연간 1조5000억원 정도의 예산이 절감될 것으로 보입니다.

쓰레기를 아예 없앨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줄일 수는 있겠지요. 미국의 베아 존슨 가족이 실천했던 방법은 한국의 각 가정에도 권장할 만합니다. 모두 4명인 존슨 가족은 쓰레기 감소를 위해 생활용품은 꼭 필요한 만큼만 사기, 다시 사용하기 등 2가지 규칙을 실천했습니다.

이를 지키기 위해 존슨 가족은 장을 볼 때 미리 장바구니와 병을 가져가 물건은 바구니에 고기나 쌀, 파스타, 우유 등은 병에 담아 왔습니다. 2가지를 실천했을 뿐인데 1년 동안 존슨 가족이 배출한 쓰레기는 고작해야 잼 한 병 분량이었다고 합니다. 천으로 된 가벼운 장바구니 하나, 입구가 넓은 들기쉬운 병 하나가 바꿀 수 있는 기적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디지털뉴스부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