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올해 지자체·대학·병원 등에 2000억 썼다…'거래 유지'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국내 은행들이 올해 지방자치단체와 대학, 병원 등에 협력 자금으로 무상 지급한 규모가 2000억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 금고 등을 유치하기 위해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자금 지원을 약속한 결과다. 금융당국은 사실상 리베이트 성격이 강하다고 봐서 제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1일 은행연합회를 통해 공시된 국내 은행들의 이익 제공 자료를 보면, 올해 91건 2074억9000만원에 이른다. 이 중 지방행정 집행기관, 즉 지자체에 제공한 자금은 1164억원 규모로 가장 많다.

금융위원회의 은행업 감독 규정에 따라 은행은 자산을 무상으로 양도하는 경우 제공일자와 목적, 경제적 가치 등을 알려야 한다. 제공받는 기관은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고 통계상 산업분류를 기준으로 한다.

각 은행들은 지자체 자금 제공 목적에 대해 '금고 업무 관련 출연금'이거나 '금고 협력사업비'라고 했다.

지자체에 이어 대학교를 대상으로 한 이익 제공 금액이 285억원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대체로 출연금 명목이었으나 우리은행은 '대학 발전 및 우수 인재 양성'이라고 목적을 명시했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이 35건, 673억원 규모로 가장 많았다. 지난 1월 말에 집중적으로 20곳가량의 지자체에 각각 10억~20억원씩 자금을 제공했다. 종합병원에도 3월 말 45억원을 비롯해 수 차례 자금을 제공했는데, 목적은 '의료 서비스 발전 및 국민 건강 증진'이었다.

신한은행이 606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지자체 금고 업무 관련 출연금 건으로 310억원을 제공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서울시 금고 입찰에서 3000억원 규모 출연금을 제시해 1000억원대를 써 낸 우리은행을 제쳤다. 우리은행은 100년 넘게 서울시 금고를 맡아오다 쓴 잔을 마셔야 했다.

농협은행이 355억원, 하나은행 220억원, 국민은행 103억원, 기업은행 40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은 '창고 및 운송 관련 서비스업'에 대한 제공이 많았는데 목적은 '거래 유지 및 활성화'였다. 국민은행은 지난 3월 '경찰'에 33억4000만원을 제공해 눈에 띄었다. 목적은 '업무 제휴 협약 관련 기타 영업비용'이었다. 지방은행인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은 각각 16억원, 60억원에 그쳤다.

지자체 금고 운영기관 선정 평가를 할 때, 은행들의 협력사업비 배점을 낮추고 금리 배점을 높이는 등 새로운 기준(예규)을 행정안전부가 만들어 다음달부터 시행한다. 이와 별개로 금융당국은 공공기관 금고 운영 사업자 선정에 대한 전반적 실태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과도한 경쟁의 핵심인 협력사업비 제공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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