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도기자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중국 뤼순(旅順) 감옥에 묻힌 것으로 추정됐던 안중근 의사의 유해가 인근 '기독교 묘지'에 매장됐다는 러시아 신문기사가 공개됐다. 국가기록원이 발굴해 내놓은 자료에는 안 의사의 순국 이후 매장 장소 외에도 사형 당시 정황이 자세히 담겨 있다. 안 의사는 체포 이후 신문 과정에서 자신을 "조국 해방의 첫 번째 선구자"라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28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롭스크 등 극동 지역 일간신문들이 보도한 안 의사 의거 관련 기사 24건을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기사들은 하얼빈 의거 다음 날인 1909년 10월27일부터 1910년 4월21일까지 보도된 것들이다. 안 의사의 의거와 체포, 재판과정, 사형집행, 매장 등에 대한 내용을 모두 담고 있다.
국가기록원은 "해외수집팀이 2015년 해당 지역 독립운동과 한인동포 관련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이들 기사를 모은 뒤 번역과 내용 확인 등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그간 학계 연구자나 단체에서 안 의사 의거와 관련한 러시아 신문기사를 단편적으로 소개한 적은 있지만 여러 기사를 망라해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안 의사의 사형집행 과정과 유해가 묻힌 곳을 언급한 '우수리스카야 아크라이나'지의 1910년 4월21일자보도다. 이 신문은 "아사히 신문의 특파원에 따르면 안 의사는 예정된 시간에 사형장으로 보내졌다고 한다…(안 의사의 유해는) 관에 넣어져 감옥의 작은 예배당으로 옮겨졌다…이후 관은 지역 기독교 묘지로 옮겨졌다"고 적었다. 안 의사 매장 장소를 기독교 묘지로 언급한 자료가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역사학계에선 향후 유해 발굴 작업에 귀중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909년 10월26일 중국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 의사는 뤼순감옥으로 압송돼 이듬해 3월26일 사형됐다. 그동안 일본 외무성이 소장한 보고서와 일본ㆍ중국 매체 보도에 따르면 안 의사의 유해는 감옥묘지에 매장된 것으로 언급됐다.
김형국 국가기록원 연구협력과장은 "당시 아사히신문 특파원이 러시아 극동지역에 파견돼있던 것은 사실"이라며 "같은 시기 일본 내 아사히신문 보도는 안 의사 매장장소를 '감옥묘지'라고 보도했는데 러시아 신문과의 차이가 단순 오류인지 아니면 실제로 다른 묘지에 안 의사가 묻힌 것인지 추가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공개된 기사에는 안 의사의 생전 모습과 체포 초기 발언 내용도 담겼다. '프리 아무리예'지는 1909년 11월2일자 보도에서 안 의사 일행의 의거 준비부터 체포과정과 결행 등을 르포 형식으로 전했다. 안 의사가 하얼빈으로 떠날 때 큰절을 하면서 눈물로 작별인사를 하는 모습 등이다.
이 신문은 안 의사가 "나의 이성과 심장은 조국에서 그들(일제)에 의해 병을 얻었다…죽으면서 나는 기쁘다…나는 조국 해방을 위한 첫 번째 선구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사형선고 당시 상황을 담은 기사도 있었다. '프리 아무리예'는 1910년 2월27일자에 안 의사에게 사형이 선고된 전날 재판 상황을 적었다. "안은 1시간에 걸쳐 모든 조선인이 이토를 혐오하고 민족의 원수인 그를 하루빨리 무대에서 몰아내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그의 어머니는 가치 있게 죽음을 맞이하라는 마지막 인사말을 전했다."
이소연 국가기록원장은 "이번에 공개된 기사는 안 의사의 하얼빈 의거에 대한 러시아의 인식뿐 아니라 의거 준비, 체포와 일본 영사관 인계과정 등 사후 조치 과정이 상세하게 묘사돼 있어 사료적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