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방지 VS 지나친 개입…찬반 불붙은 '자녀 체벌권' 삭제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 정부가 훈육 목적으로도 자녀를 체벌하지 않도록 민법에 있는 '징계권'에서 체벌을 삭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한 것을 두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며 어떠한 이유로도 체벌은 용납할 수 없다는 의견과 가정에서의 훈육 방식까지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대립한다.

정부가 지난 23일 발표한 포용국가 아동정책의 내용 가운데 논란이 뜨거운 것은 민법 상 친권자의 징계권 범위에서 체벌을 제외하는 방안이다.

민법 915조는 '친권자는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징계 방식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조문만 놓고 보면 자녀 훈육을 위한 체벌도 징계권으로 볼 여지가 있다. 법원은 그동안 자녀 체벌이 징계권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사회 통념에 맞춰 학대인지, 훈육 수단인지 개별적으로 판단해왔다.

현재 부모 등 친권자에게 징계권을 부여한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정도다. 지난 2011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우리나라에 체벌이 아동 폭력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에 우려를 표하며 모든 형태의 체벌 금지를 권고한 바 있다. 일본의 지난 3월 친권자의 자녀 체벌금지를 명기한 아동학대방지법과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국회 제출했으며 징계권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스웨덴 등 54개국은 아동 체벌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세이브더칠드런은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법에서 체벌을 금지한다는 것은 아동의 존엄성 보장을 위해 국가가 마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이자 징계 목적으로 아동을 때리는 것이 더 이상 합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기준을 사회 구성원에게 전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 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이브더칠드런은 공익인권법단체 두루와 함께 민법의 징계권에 제한을 두는 방식에서 나아가 징계권 규정을 삭제하는 방향의 법 개정을 위한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훈육 목적의 가벼운 체벌을 금지하는 것은 국가의 지나친 개입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2017년 20세 이상 1000명을 조사한 결과, 부모의 체벌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76.8%나 나왔다.

인터넷 상에서는 "적절한 체벌은 필요하다. 극히 일부 사례로 모든 부모를 아동 학대로 볼 수는 없다" "왜 정부가 가정 문제까지 개입하려고 하느냐" "권고나 사회적 캠페인 정도면 충분하다" "부모 마음에 다 잘 되라고 하는 건데 법으로 못하게 막아놓는 것은 지나친 처사다" 등의 비판이 제기된다. 현장에서는 "꿀밤 한 대도 안 되는 것이냐" 등 혼선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사회 통념상 허용할 수 있는 범위까지 처벌받는 것 아니다"라면서 "어느 선까지 체벌로 볼 것인지 앞으로 여론을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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