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환율 1200원 육박…수입업체 달러 매입 뚝 끊겨

은행권에 환율 전망 문의 잇따라…수출업체·개인은 달러예금 차익실현, 기러기 아빠는 울상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문혜원 기자] #A은행 여의도 영업점에는 이달 들어 수입업체들의 환전 문의가 뚝 끊겼다. 결제대금 해외송금을 위해 수시로 5만~6만달러씩 사놓는 중소기업들이 많은데 최근 달러 매입을 멈춘 것이다. 이달 들어 원ㆍ달러환율이 급등하면서 대응방안을 고심하는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다.

미ㆍ중 무역분쟁으로 원ㆍ달러환율이 1200원 가까이로 치솟으면서 은행권에 환율 전망에 대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원ㆍ달러환율은 1187.5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2월말 1118.5원에서 불과 석달새 6% 넘게 뛰었다.

환율에 가장 민감한 곳은 수출입업체다. 환 리스크가 영업이익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A은행 관계자는 "해외 송금 기업들은 달러가 쌀 때 미리 사놓고 필요할 때 결제대금을 치른다"며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수입업체들의 달러 매입이 이뤄졌지만 이달 들어 원ㆍ달러환율이 급등하면서 달러 매입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특히 중소기업은 환헤지를 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달러 변동성에 민감하다.

반면 외화예금에 투자했던 수출 비중이 큰 기업, 개인 고객들은 환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1100원 밑으로 떨어졌던 환율이 불과 반년새 1200원에 육박하면서 높은 투자 수익률을 얻고 있다.

B은행 관계자는 "수출업체의 경우 외화예금 금리 2%에 짧은 기간 환차익까지 크게 얻었다"며 "은행도 외화예금을 보유한 기업이나 개인 고객들에게 차익실현을 권하고 있고, 대부분 전부 매도나 분할매도를 통해 차익을 실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유학생 자녀를 둔 기러기 아빠나 외국인 노동자들은 높아진 환율이 부담이다. 한달에 3000달러 가량 송금한다고 가정하면 같은 금액을 보내더라도 연초 대비 20만원 가까이 비용이 늘었다. 캄보디아 등 일부 외국인 근로자들은 당장 본국으로 보내는 송금액이 줄어들게 생겼다.

C은행 관계자는 "캄보디아의 경우 미국 달러와 현지 리엘화를 모두 사용해 대부분 달러로 송금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다"며 "최근 원화 가치가 크게 하락하면서 본국으로 보낼 수 있는 송금 액수가 적어져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은 원ㆍ달러환율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 일부에서는 지금이라도 달러 매수에 나서야 하느냐는 문의도 쏟아진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G20 정상회의에서 미ㆍ중 담판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원ㆍ달러환율이 오를 것 같다고 고객들에게 대응하고 있다"며 "한쪽에서는 환차익을 실현중이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달러예금에 대한 문의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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