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 전동차 매출 담보 1000억 규모 자금조달

[아시아경제 임정수 기자] 현대로템이 대출 유동화로 1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지난해 대규모 영업적자로 신인도가 하락한 탓에 우량 담보를 제공하고 대출이 성사됐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지난 24일 하나은행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으로부터 1000억 원 규모의 대출을 받았다. 대출 만기는 내년 2020년 12월로 총 1년 8개월이다. 현대로템이 원리금을 만기까지 분할 상환하는 구조다. 자금조달 주관을 맡은 하나은행은 현대로템이 상환하는 대출 원리금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대출 자금을 마련했다. 유동화증권은 대출 최종 만기까지 1개월 또는 2개월 만기로 감액되면서 계속 차환 발행된다.

현대로템은 자금조달 과정에서 약 1000억원 규모의 전동차 장래 매출채권을 담보로 제공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전동차 납품 계약에 따른 대금 정산 계좌를 신탁하고, 신탁의 대가로 발행된 신탁수익권을 SPC에 담보로 내 놓았다. 우량 담보를 제공했는데도 불구하고 현대로템의 신용등급이 BBB- 이하로 하락하는 경우에는 SPC가 기한이익상실(디폴트)을 선언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도 달았다. 현대로템이 실적 악화로 신용도 하락 위험이 커진 탓에 원리금 상환 안정성을 높이려고 내 건 조건으로 해석된다.

현대로템 신용등급은 현재 A등급이지만 하향검토 대상에 올라 있다. 카타르 하수처리시설 프로젝트 손실충당금 반영 등으로 지난해 224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손실 규모는 2016년, 2017년 2년 동안 거둔 영업이익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올해 정기평가에서 신용등급이 한 단계 하향 조정된다고 가정할 경우 기한이익상실 트리거(Trigger)까지는 3계단 정도의 룸(room)이 남는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현대로템의 경우 2015년에도 손실 충당금 때문에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면서 "3년 만에 유사한 이슈로 큰 규모의 손실을 입어 자본시장에서의 신인도가 많이 떨어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수주가 늘고 있지만 여러 해외 프로젝트에서 예정원가 상승 등의 리스크가 잠재해 있어 한동안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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