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표기자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한국 정부에 "남북 간 긴장 완화도 중요하지만 한미동맹이 종이서명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23일 말했다.
그는 이날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아산플래넘 2019'의 기조연설에서 "남북간 긴장 완화도 중요하지만 한미 안보동맹이 가져오는 안정화 역할과, 한미동맹은 반드시 군사적 신뢰에 기초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철저히 한미동맹에 기반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역할이 절대적임도 함께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야말로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북한 주민에게 더 나은 삶의 희망을 가져다줄 수 있는 나라"라면서 "특히 비무장지대(DMZ)를 가로지르는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은 환영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스타인버그는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긴장완화, 한미동맹이 균형을 잃어선 안된다고 했다. 그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따른 위험을 조심스럽게 다루는 동시에 한미관계를 희생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모멘텀을 유지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한 동아시아 지역 안보와 발전을 위해서는 한국이 일본과의 관계를 보다 두텁게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스타인버그는 "한일 관계가 어려운 이유는 그 중 일부가 근현대의 갈등에서 비롯됐고 또한 국내 정치와도 강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그러나 동아시아의 선도적 산업 민주주의 국가로서, 양국의 협력은 각국의 안보와 번영뿐만 아니라 지역 전체의 장기적인 안정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중 패권경쟁이 본격화함에 따라 한국은 선택의 순간에 놓이게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특정 국가에 쏠리지 않고 "미국, 중국과의 관계에서 모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인버그는 "한국은 중국에 경제적 보복·협박·위협을 가할 경우 그에 대한 저항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하고, 미국에 대해서는 '중국이 이웃국가들의 주권과 독립을 존중하고 국제법에 의한 지배를 지지한다는 수사를 유지하는 한, 중국과의 건설적 협력의 길을 구축해야 한다'고 설득해야만 한다"고 했다.
미중관계를 설명하면서 스타인버그는 한편 중국의 책임도 강조했다. 그는 "지난 수십년동안 중국은 미국 주도의 질서로부터 얼마나 큰 이익을 얻었는지 생각해야 한다"면서 "중국의 부상은 다른 나라의 안보와 번영을 희생하면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이웃국가들과 세계에 약속해야며 부상하는 국가의 특별한 책임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아산정책연구원이 23~24일 양일간 개최하는 '아산플래넘'은 매년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회의로 세계 유수의 싱크탱크와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참여해 국제사회 현안에 대한 토의를 진행한다.
올해로 여덟 번째를 맞는 이 행사에는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설립자, 폴 월포위츠 전 미국 국방부 부장관 및 전 세계은행 총재, 마크 내퍼 미국 국무부 부차관보 대행 및 전 주한 미국대사대리,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대사 및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차장, 수 미 테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프로그램 선임연구위원 등 100여 명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연사로 참여한다.
참석자들은 △미중간 패권경쟁 심화와 이에 따른 국제질서의 변동, △역사적 적대관계 해소 지연 및 안보적 동맹관계 구축 요구가 혼재하는 동아시아 국제정세의 딜레마, △민족주의와 국제주의 충돌 지속, △완전한 비핵화 혹은 평화적 공존의 갈림길에 선 한반도 비핵화 이슈 등 국제정치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와 기회를 분석하고, 이 가운데 한국을 위한 최선의 선택은 무엇인지 전망할 예정이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