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쥐꼬리인데…' 정부·국회 고칠 생각도 안 해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 1.01%에 그쳐
근로자, 금융사 무관심 속에 수익률 낮아
미국, 호주 등 기금형 제도로 적극적으로 운영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지난해 운용 규모가 190조원을 넘어선 퇴직연금 수익률이 정기예금의 절반 수준인 1.01%에 그쳤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국회에서는 제대로 된 논의조차 시작되지 못했다.

8일 국회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4월 국회에 제출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심의조차 거치지 못했다. 이 법은 전문성 부족과 노사의 무관심 등으로 바닥을 기고 있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지난해 8월 환경노동위원회에 이 법이 상정됐지만 이후 실질적인 법안 논의 창구인 법안소위 등에서는 일절 다뤄지지 않았다.

국회 환노위 관계자는 "그동안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산입 범위, 탄력근로제 적용 등 굵직한 사안이 논의되다 보니 우선순위에서 밀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낸 근로자퇴직연금법 외에도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상시 100명 이하의 사업장에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를 도입하는 법안도 발의했지만 이 법 역시도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국회 관계자는 "고용노동부가 이 법안과 관련해 처리에 의욕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근로자들의 노후 최후의 보루가 정부와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는 영국과 미국, 캐나다, 호주, 네덜란드 등에서 도입한 제도다. 회사로부터 독립된 퇴직연금기금을 신탁형태로 설립한 뒤 내부 또는 외부의 자산운용 전문기관에 운용 위탁을 맡기는 방식이다. 국회에 따르면 2017년 미국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13.4%, 호주는 10.3%였다. 같은 해 국내 퇴직연금 수익률 1.88%의 5~7배에 이른다.

현재 국내에 도입된 퇴직연금은 계약형 운영방식이다. 퇴직연금제도 운영과 관련해 모든 업무를 사업자인 금융기관에 맡기는 식이다. 금융지식이 많지 않은 근로자의 경우 적립금 운용 방식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금융회사는 수익률을 높이기보다는 투자금을 유치하는 데에 관심을 쏟고 있다.

무관심을 단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 낮은 운용지시 변경 비율과 원리금보장형 투자 비율이다. 투자자 10명 가운데 9명이 원리금보장형으로 퇴직연금을 구성했으며, 이들 대부분은 투자운용방식 역시 바꾸지 않았다. 이 때문에 금융사는 예·적금 또는 원금보험형 보험상품(금리연동형 보험 등)에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의 77.2%를 쏟아붙고 있다. 결국 최근 3년간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은 1.49~1.58% 사이에 그쳤다.

반면 기금형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경우에는 적극적인 투자 패턴을 보일 수 있다. 모범사례로 손꼽히는 호주(2016년)의 경우 국내주식(23%), 해외주식(22%), 비상장주식(5%), 국내채권(13%), 해외채권(8%), 부동산(8%) 등에 투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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