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확인한 與野…더 복잡해진 정치셈법

'민심 회초리' 경험한 여당, 정국 해법 고심…정계개편 불씨, 제4교섭단체 등 정치변수 산적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제가 늘 경고했잖아요. 골프랑 선거는 고개 쳐들면 그 순간 진다. (더불어민주당이) 고개 쳐들고 다닌 거예요." '정치 9단'으로 불리는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4·3 보궐선거는 여당의 오만에 따른 결과물이라는 얘기다. 민주당 지도부 쪽에서도 4·3 보선 민심을 겸허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 선택을 겸허하게 수용하며 무거운 책임감으로 임하겠다"면서 "현장에서 여러 분위기를 보면 결국은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서 여러 불만과 호소 등이 있었다"고 말했다.

4·3 보선이 정치권에 찜찜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당의 '아킬레스건'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여당을 긴장하게 한 것은 민심의 기류 변화가 실제 투표로써 확인됐다는 점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시장에 나가 보면 살기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여당이 반성하라는 지적"이라고 말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나 국정운영 방식과 관련한 여당 의원들의 비판이 사실상 사라진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이른바 '문재인 흔들기'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여당 지지자들에게 국정운영 비판은 대통령 공격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에서 언행을 조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권 내부의 건전한 비판까지 주저할 경우 국정운영 방향과 민심의 괴리는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한국당도 4·3 보선 이후 정국 대응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당은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와 4·3 보선에 이르기까지 '강성 야당' 깃발을 앞세웠지만, 이제는 대안정당 실력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다. '좌파독재' 등 이념구호에 초점을 맞춘 행보로는 한계가 있다는 게 대체적 지적이다. 경제 문제에 대한 비판에 그치지 말고 해결 방안을 내놓아야 수권정당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바른미래당은 4·3 보선 결과를 둘러싼 내홍을 수습하는 게 선결 과제다. 손학규 대표는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제3의 길을 걷는 바른미래당에 절망스러운 상황"이라며 "대표로서 책임이 크고 비판도 할 수 있지만 후보를 내지 말았어야 한다는 비판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당의 화합을 강조했지만 바른정당 출신들을 중심으로 '독자 노선'을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제4교섭단체 구성을 둘러싼 복합 방정식을 푸는 게 우선적 과제다. 정의당 쪽에서는 국회 교섭력 확대와 개혁입법 추진을 명분으로 제4교섭단체 구성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평화당 내부에서는 정치 실익을 둘러싼 논쟁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계개편을 고려할 때 1년 남은 20대 국회 임기를 독자적으로 돌파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계산이다.

최경환 평화당 원내대변인은 5일 의원총회에서 "교섭단체 재구성과 관련해서 단 한 명의 의원이라도 다른 의견이 있다면 논의가 되지 않는다"면서 "당 중대 사안을 성급하게 결론 내리지 않기로 했다. 오는 9일 저녁에 의총을 다시 열어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요 현안을 놓고 정치권의 셈법이 복잡해진 이유는 내년 4월 제21대 총선에 대한 인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정계개편의 불씨가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의원들의 시선은 이미 내년 총선에 쏠려 있는 상태다.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더 유리한지 주목하고 있다는 얘기다. 야당의 한 의원은 "지금 구도대로 내년 총선을 치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언제 어떤 형태로 정계개편이 일어날 것인지 의원들도 예의 주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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