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火요일에 읽는 전쟁사]우리나라 군대 건빵에는 왜 '별사탕'이 들어있을까?

메이지유신기 서구에서 유입된 건빵16세기 포르투칼에서 유입된 별사탕일제강점기 처음으로 결합된 건빵과 별사탕

(사진=아시아경제DB)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군대를 가본 사람은 누구나 먹었을 '건빵(Hardtack)'. 사실 고대 로마시대부터 군용식량으로 쓰였던 이 텁텁한 음식은 대부분 국가에서 형태만 약간 다를 뿐, 장구한 역사동안 군대음식으로 내려져왔다. 쌀이나 밀 등 곡류를 굽고 건조시켜 다시 구워 수분 6% 이하로 만든 음식을 건빵이라 칭한다. 19세기 서양에서 군인들이 먹던 건빵은 벽돌처럼 단단했던 것으로 알려져있고, 도끼로 내리찍은 후 물에 불려먹었을 정도로 딱딱하고 맛없는 물건이었다고 한다.

이 역사기간 내내 별반 달라진게 없는 건빵이지만, 우리 군에서 먹는 건빵은 다른나라와 달리 '별사탕'이 들어있다. 이른바 목매임을 방지하고 단맛을 더 내기 위해 들어있는 이 별사탕은 순수하게 설탕으로만 제조된 첨가물이다. 하지만 정작 군대에서는 성욕감퇴를 위한 약 성분이 들어있다는 등의 갖가지 희한한 음모론에 시달리는 제품이기도 하다.

사실 군용 건빵 안에 별사탕을 처음 집어넣었던 나라는 일본이었다. 이 희한한 조합의 탄생은 일본의 메이지유신이 한창이던 19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본군은 서구화가 시작되면서 서양에서 전투식량으로 먹던 비스킷, 하드텍 등이 함께 전해졌는데 일본군은 자기네 입맛에 맞춰 이를 좀더 소형화하고 건빵이란 이름을 붙였다. 이후 이 건빵은 청일·러일전쟁시에 주요한 전투식량으로 쓰였다.

미국 남북전쟁 당시 먹던 건빵, 하드택(Hardtack)의 모습.(사진=방위사업청 블로그)

그런데 건빵이 그대로 먹기에는 수분이 너무 부족해 목이 메고, 행군 와중에 병사들의 당분섭취가 필요하다는 건의가 늘면서 별사탕이 첨가됐다. 원래는 백설탕으로 만들어 흰색으로만 출시됐었으나, 이것이 눈밭에 떨어지면 분간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총천연색을 집어넣은 별사탕이 생겨나게 됐다. 때마침 1920년대부터 일제의 대만 식민지의 사탕수수 농사가 성공을 거두면서 설탕 보급이 크게 늘어나자 일본정부는 별사탕 생산을 크게 늘리게 된다. 이후 1930년대부터 당시 식민지 조선에 주둔한 일본군에게도 이 별사탕이 든 건빵이 보급되면서 우리나라에도 처음으로 건빵이 유입되게 된다.

이 별사탕 또한 일본에 희한한 과정을 통해 들어간 음식으로 16세기 포르투칼과 교역에서 일본에 정착한 간식이었다. 원래 별사탕은 포르투칼어로 '콘페이토(confeito)'라 불렸으며, 이 말을 음차해 오늘날에도 별사탕은 한자로 '금평당(金平糖)'이라 쓴다. 이 콘페이토는 16세기 당시 아메리카 대륙 일대에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을 만든 포르투칼인들이 개발한 상품이었다.

16세기 포르투칼에서 건너온 이후 일본 전통 간식으로 자리매김한 콘페이토(Confeito)의 모습.(사진=https://japan-brand.jnto.go.jp)

당시 포르투칼의 예수회 선교사 루이스 프로이스(Luis Frois)가 1569년, 나고야 성주였던 오다 노부나가와 교섭하면서 선물로 바치면서 일본에 처음으로 유입됐다. 이 금평당에 만족한 오다 노부나가가 예수회 포교를 허가하면서 많은 서양문물이 일본에 들어가게 되기도 했다. 이후 일본 내에서는 역시 포르투칼에서 들어온 음식인 카스테라와 마찬가지로 현지화가 이뤄졌다.

수백년의 시차를 갖고 각자 서로 다른 루트를 통해 일본에 유입됐던 건빵과 별사탕은 기묘하게 결합돼 일제의 대륙침략과 함께 아시아 전역으로 퍼지게 됐다. 1945년 해방 당시 일본군은 철수하면서 경기도에 약 1600섬의 건빵을 두고 갔고, 공장도 버려두고 떠났지만 제조기술을 알 수 없어 한국군에 바로 보급되진 못했다. 오늘날처럼 건빵이 우리군의 주요 보급식량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6.25 전쟁 이후 미국의 밀가루 원조가 시작되면서 국내에서도 건빵이 대량생산되기 시작한 이후로 알려져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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