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에 들어간 예보금 '내역서'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저축은행 업계에서 예금보험료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들의 ‘숙원사업’인 예보료 인하를 논의하기 앞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등을 겪으면서 업계에 들어간 예금보험기금(예보금) 내역서를 다시 한 번 찬찬히 살펴보려 한다.

예보료 체계는 이렇다.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설립된 예금보험공사가 평상시 금융회사에서 예보료를 걷어 적립한다. 금융사가 고객에게 예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되면 금융사를 대신해 예보가 예금을 지급한다. 현재 한도는 금융사별 5000만원이다.

6일 예금보험공사와 업계에 따르면 1996년부터 현재까지 위기에 처한 저축은행을 정리하는 데 들어간 예보금은 12조3583억원으로 파악됐다. 한때 240여개에 달했던 저축은행 162개가 없어졌고 79개사만 살아남았다. 예보금 외에 투입된 공적자금도 27조원이 넘는다.

업계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와르르 무너졌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 5년 만에 115개사가 문을 닫았다. 이때 업계에 투입된 예보금이 7조2892억원에 달한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 16개 저축은행이 추가로 없어졌다. 이 과정에서 예보금 1조4412억원이 들었다.

그리고 2011년 그 유명한 저축은행 사태가 터졌다. 무리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부실대출, 대주주의 전횡 등이 업계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또다시 31개 저축은행이 시장에서 사라졌다. 이때 추가로 3조6279억원의 예보금이 지급됐다. 한 저축은행 대표는 “부동산 경기가 너무 좋아서 토지도 확인하지 않고 사업을 따온 시행사들에 대출을 해줬다가 착공이 지연되자 PF대출이 연체됐다”며 “공격적 영업을 하던 상위권 저축은행들의 피해가 컸다”고 전했다.

지난 20여년 간 십수조원의 예보금이 들어가면서 저축은행 예보금 계좌는 ‘구멍’이 나 있다. 지난해 6월 기준 저축은행 예보금 적립액은 ?1조7000억원이다.

현재 업권 별로 예보료율이 크게 차이난다. 저축은행 예보료율은 0.40%로 은행( 0.08%)의 5배다. 보험과 금융투자, 종금사는 0.15%다.

저축은행의 예보료는 다른 금융권에 비교해 적다. 영업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업계는 연평균 240억원가량의 예보료를 냈다. 지난해 경우 139억원을 예보료로 냈다. 은행은 5250억원, 생명보험사 2466억원, 손해보험사 973억원 등을 냈다. 전체 금융권이 낸 예보료 누적액은 약 19조4837억원이다.

저축은행에 투입된 돈을 모든 금융권이 나눠 갚기 위해 2011년 4월 저축은행 특별계정이라는 것도 만들었다. 저축은행이 내는 예보료 100%와 다른 금융권에서 내는 예보료 중 45%를 떼서 특별계정 기금으로 쌓고 있다. 다른 금융권이 ‘사고를 친’ 당사자인 저축은행을 도와주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쌓인 특별계정 기금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5조1677억원이다. 이 계정은 오는 2026년까지 유지된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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