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의 생명이야기]<130> 주목하여야 할 혈당 소비자의 기능

사오십 년만 거슬러 올라가면 당뇨병은 우리에게 생소한 질병이었다. 의과대학 교수마저 당뇨병 환자를 진료해본 적이 없어 우리나라 사람들은 당뇨병에 걸리지 않는 체질이라는 말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에는 당뇨병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이 285만 명에 이르러 이제는 30세 이상 성인의 15%가 당뇨병 증상이 있는 세상이 되었다.

당뇨병이 약으로 쉽게 낫는 병이라면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겠지만, 그리 만만한 병이 아니라는 것을 앓아본 사람은 잘 안다. 합병증으로 눈이 잘 안 보이거나 신장기능이 손상되어 신장투석을 해야 하거나, 발이나 다리를 잘라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으며, 이른 나이에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이런 현실이라면 혈당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잘 관리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혈액 속에 들어있는 혈당 4g은 겨우 16kcal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적은 양이다. 하루 2,000kcal를 소비하는 성인이 11분 사용하면 바닥날 양이지만, 우리 몸은 혈당이 소비되어 낮아질 때마다 저장된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분해하여 혈당을 높이고, 음식이 소화되어 너무 높아지면 혈당을 글리코겐으로 합성하여 저장하는 방법으로 혈당을 언제나 적정수준으로 유지한다.

혈당의 공급시스템이 이처럼 정교한 것은 혈당의 수요자가 필요로 할 때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아무리 정교한 혈당 공급시스템도 혈당의 수요자인 세포가 적절히 소비하지 않으면 가치가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혈당이 60조 개나 되는 세포 문 앞에 항상 대기하고 인슐린이 문을 두드릴 때 세포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음식이 소화되어 혈당이 올라가면 췌장에서는 인슐린을 분비하여 혈관으로 내 보내는데, 인슐린이 세포막에 있는 인슐린 수용체와 결합하면 세포 문이 열려 혈당이 세포 안으로 들어간다. 세포 안에 들어간 혈당, 곧 포도당은 미토콘드리아라 부르는 발전소에서 에너지 생산에 쓰이고, 일부는 저장이 가능한 형태인 글리코겐이나 지방산으로 바뀐다.

미토콘드리아에서는 포도당을 태워 에너지를 생산하고, 부산물로 이산화탄소와 물이 만들어지며, 이 에너지를 이용하여 아데노신 이인산(ADP)과 인산염을 합성하여 아데노신 삼인산(ATP)으로 만드는데, 이 과정을 세포호흡이라 부른다. ATP는 충전된 전지, ADP는 방전된 전지와 비슷하여 세포 소기관은 언제든지 ATP를 ADP와 인산염으로 분해하여 방출되는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다.

세포 안에서는 포도당 에너지를 이용하여 ADP와 인산염을 ATP로 합성하고, 에너지가 필요할 때 이 ATP를 다시 ADP와 인산염으로 분해하여 방출되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일이 되풀이되는데, 활동량이 적으면 에너지 소비 감소 → ATP 분해 감소 → ATP 합성 감소 → 포도당 소비 감소로 이어져 인슐린 저항성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2형 당뇨병에 걸리기 쉽다.

이처럼 활동량 부족이 인슐린 저항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를 개선하여 건강을 지키려면 정신적·육체적 활동량을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하여 에너지 소비 확대 → ATP 분해 확대 → ATP 합성 확대 → 포도당 소비 확대의 선순환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환자도 몸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활동량을 어느 정도 유지하는 것이 회복에 큰 도움이 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세포의 정교한 혈당소비 기능은 미토콘드리아 수로도 확인된다. 미토콘드리아는 간세포나 심장세포, 뇌세포, 근육세포처럼 활동량이 많을수록 그 수가 많다. 같은 세포도 활동량이 줄어 에너지 생산 필요성이 감소하면 수가 줄어들고, 활동량이 늘면 그 수가 늘어난다.

김재호 KB자산운용 상근감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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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집부 공수민 기자 hyunh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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