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장면 수두룩한데…15세 이상 관람 가능하다?

마약 흡입·신체훼손 장면 나와도 ‘15세 이상 관람가’ 판정
전문가 “상대적으로 관대한 등급심의, 보완 필요”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황효원 기자] 최근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분류될 법한 잔인한 장면들을 포함하고 있음에도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은 작품들이 논란이 일고 있다. 표현의 자유와 청소년 보호라는 가치가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의 등급 분류 방식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마약 가루를 코로 흡입하는 장면, 약물에 취해 기행을 벌이는 장면. 최근 개봉한 영화 ‘독전’은 형사와 조직에 몸담았던 조직원이 힘을 합쳐 마약조직의 두목을 쫒는 이야기를 그렸다. 마약조직에 잠입해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마약 제조, 흡입하는 장면, 폭력성 등이 여과없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해당 영화는 '15세 관람가' 등급 판정을 받았고, 개봉 후 일각에서는 '15세 관람가' 등급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청와대에 등급 재심 국민청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실제 개봉 이후 해당 영화를 본 관객들은 영화 관람 등급을 믿고 아이와 영화를 관람했다가 낭패를 봤다는 경험담을 쏟아내기도 했다.

지난 3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의 예매 창구장의 '보헤미안 랩소디' 상영 시간표.사진=연합뉴스

또 최근 개봉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도 록밴드 ‘퀸’의 메인보컬 프레디 머큐리와 등장인물들의 담배를 무는 장면, 술병이 나뒹구는 모습 등이 여과없이 스크린을 통과했지만 영등위로부터 ‘12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아 판정 의혹이 불거졌다.여배우의 신체 노출, 수많은 등장인물이 잔혹하게 살해, 흡연·음주, 신체 일부 훼손 장면이 나와도 15세 이상이면 해당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해당 장면이 여과없이 드러난 영화를 청소년들이 시청하기에 적절치 않다며 외국보다 관대한 우리나라 영등위의 기준이 도마위에 올랐다.영상물등급위원회에 따르면 영화 상영등급은 ▲전체관람가 ▲12세관람가 ▲15세관람가 ▲청소년 관람불가 ▲제한상영가(관람가)로 나뉜다. 문제는 '15세 관람가' 영화도 보호자 동반시 어린 자녀들과 함께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본래 등급분류제도의 목적은 과도하게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컨텐츠로부터 아동청소년을 보호하는 것이지만 우리의 경우 분류 기준이 모호할 뿐 아니라 부모의 선택에 따라 어린 자녀들과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우리도 청소년 보호 장치를 보완할 영등위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우리와 달리 해외에서는 세부적인 기준에 따라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독일은 ‘6세 관람가’, 싱가포르는 ‘21세 미만 관람불가’, 영국은 ‘12세 이상 관람가’와 ‘보호자 동반 시 12세 이상 관람가’ 등 세부적인 규칙을 마련했다. 또 미국에서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영화 ‘설국열차’도 국내에서는 15세이상관람가로 개봉했다. 영등위가 폭력성과 약물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하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4월25일 개봉한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극장 티켓팅 현장.사진=연합뉴스

국내에서도 부모 동반 입장에 따른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5월 어린이 날 등을 끼고 연휴가 맞몰린 탓에 영화 ‘어벤져스:인피니티 워’는 기존 최단 1000만 관객 돌파 기록을 갈아치웠다. 직장인 윤(45)모씨는 “평소 히어로물을 좋아해 개봉 후 초등학생 아이와 극장을 찾았다. 극중 괴수들이 나오는 장면, 무기가 날뛰는 장면 등이 나오는 장면에서 아이의 눈을 가릴 수밖에 없었다. 아이가 ‘왜 이 사람들은 다 부서질까’하는 물음에 도저히 답을 해 주기 어려웠다는 것이다.전문가들은 모호한 기준의 영상물 등급 분류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등위의 등급 분류 기준 제2장 영화 등급분류 기준 7조4항에 따르면 청소년 관람 불가 기준은 약물 사용이 과도하며, 그 표현 정도가 구체적이고 직접적이라고 자세히 설명돼있다. 하지만 영화 ‘독전’에서는 약물을 투약하는 과정이 나왔음에도 영등위는 약물 기준을 ‘높음’보다 아래 단계로 측정해 ‘15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내렸다. 모호한 기준 탓에 영화마다 불분명한 기준으로 등급 판정을 내려 이에 의문을 갖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논란이 불거지자 영등위는 “관객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 역할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center><div class="slide_frame"><input type="hidden" id="slideIframeId" value="2015060110452347746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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