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시금치 한 단에 만원'…식당 요리·반찬서 자취 감췄다

폭염에 살인적 가격 인상…김밥전문점들 "오이, 부추로 대체"홈플러스선 한단에 9990원영세사업장 타격 커

홈플러스에선 지난 23일 기준 시금치 한 단이 9990원에 팔리고 있었다. 서울시내 모 홈플러스에서는 시금치 원물 수급이 원활치 않다며 안내문을 통해 소비자들의 양해를 구하고 있다.(사진=최신혜 기자)

[아시아경제 최신혜 기자] "시금치요? 아이구~ 요새 시금치 주먹 만한 한 단에 얼마인 줄 아세요? 만 원이야 만 원! 시금치 값이 금값이에요. 웬만한 곳에서 시금치 들어간 메뉴 찾기 어려울 거예요."시금치 값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분식점을 비롯한 식당에서 시금치가 사라졌다. 김밥 속 시금치는 오이와 부추로 대체됐고, 비빔밥 재료에서도 빠졌다. 가장 흔한 비타민의 보고로 알려진 시금치는 폭염이 한달 넘게 이어지면서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26일 오후 아시아경제가 화곡동, 양평동, 구로동, 신도림동 소재 분식전문점 총 9곳을 둘러본 결과 김밥ㆍ비빔밥 등을 포함한 전 메뉴에 시금치를 사용한다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수년전 김밥의 고급화를 표방하고 나선 김밥 전문점 A사를 비롯해 20년이 넘는 김밥 전문점 B사, B사와 유사한 상호의 C사 등의 개인 영업 매장에선 모두 시금치 대신 오이나 부추를 사용했다.신도림동 소재 한 김밥전문점 직원 임 모씨는 "요즘같이 시금치값이 금값인 시기에 개인 영업장에서 시금치를 어떻게 쓰냐"면서 "주먹만한 양이 1400원 수준이던 시금치가 요새 한 단에 1만원까지 치솟았다"고 혀를 내둘렀다. 또 다른 김밥전문점 강 모 사장도 "김밥에 시금치를 넣지 않은 지 꽤 오래됐다"며 "대신 우엉과 당근을 이용해 식감을 내고 있다"고 했다.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시금치 도매가격은 4kg에 9만2229원으로 한달새 270.1%나 올랐다.평년(3만6676원)과 비교하면 151% 웃도는 수준이다.
비빔밥, 보리밥 등이 주메뉴인 식당에서도 시금치는 취급하지 않았다. 화곡동 왕돈까스 왕냉면과 양평동 윤희 보리밥&칼국수 식당에서는 "10월 쯤이나 돼야 시금치를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 양평동 더스테이트선유호텔에 들어선 한 브런치 식당에선 한판에 1만1000원을 받던 시금치 피자가 메뉴에서 삭제됐다. 이 매장 직원은 "열흘 전부터 시금치피자를 못 팔고있다"면서 "시금치 가격이 너무 비싸져 이달 안에는 다시 못 내놓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다만,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 등은 시금치 메뉴를 정상적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외식업체의 경우 연간 단위로 농가와 계약을 맺기 때문에 올해 폭염, 물가상승 등 특수 상황에서도 별 무리 없이 수급이 가능하지만 개인이 운영하는 영세 업장의 경우 일일 도매가에 따라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각 가정의 식탁에서도 시금치는 '귀하신 몸'이 됐다. 홈플러스에선 지난 23일 기준 시금치 한 단이 9990원에 판매됐고, 화곡시장 매대에선 아예 시금치를 찾아볼 수 없었다. 상인들은 "시금치가 너무 비싸져 매대에 갖다 놓아도 팔리지 않아 아예 거래를 멈췄다"고 푸념했다.화곡시장에서 만난 가정주부 김 모씨는 "가장 만만한 반찬이 시금치였는데 요즘엔 너무 비싸서 사먹을 수가 없다"면서 "시금치는 물론 오이, 양배추, 무 등 밑반찬용 재료들이 너무 올라 장아찌, 젓갈 등만 사다먹을 판"이라고 울상지었다.최신혜 기자 ssi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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