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화기자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 발사 장면.[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하늘에서 운항 중인 항공기와 새가 부딪히거나 엔진 속에 빨려 들어가 항공사고를 일으키는 현상을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라고 합니다.무게 1.8㎏짜리 새가 시속 960㎞로 비행하는 항공기와 부딪치면 64t 무게의 충격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버드 스트라이크는 보통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 많이 발생하는데 시속 370㎞로 이륙하는 항공기가 900g짜리 청둥오리 한 마리와 부딪히면 항공기가 받는 순간충격은 5t 정도라고 합니다. 집채 만한 바위와 부딪히는 것과 같은 셈입니다.그런데 항공기 이외에 우주선도 가끔 버드 스트라이크를 당하기도 합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는 1981년부터 2011년까지 30년동안 우주왕복선을 운행하면서 두 번의 버드 스트라이크를 당합니다. 한 번은 사전에 발견돼 발사가 연기됐고, 한 번은 발사 중에 사고가 났지만 다행히 임무를 마치고 무사히 귀환했습니다.1995년 5월30일 미국 플로리다 남부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될 예정이었던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가 갑자기 격납고로 향합니다. 발사를 앞두고 최종 점검에 나선 발사대 운영팀이 연료탱크 단열재에 크고 작은 200여개의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깜짝 놀란 운영팀이 즉시 발사 카운터다운을 중단시킨 것입니다.알고보니 범인은 노란깃 딱따구리 한 쌍이었습니다. 플로리다 남부는 따뜻하고 습한 기후에 야생동물과 조류의 천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둥지를 찾던 딱따구리 부부가 거품이 굳은 형태의 발포 절연체가 둥지를 만들기에 적절해 보였는지 여기저기 집요하게 구멍을 뚫어 어떤 곳은 깊이가 10CM나 됐다고 합니다. 초당 16회나 나무를 쪼는 딱따구리가 보기와 달리 잘 뚫리지 않자 적당한 곳을 찾아 마구 쪼아댄 결과였던 것입니다.화들짝 놀란 NASA는 딱따구리의 천적인 올빼미 모형과 풍선을 곳곳에 설치하고 발사대에는 감시자를 24시간 배치합니다. 그것도 모자라 케네디 우주센터 활주로 주변에 조류감지 레이더와 원격조정 소음대포도 증설 배치하고, 케네디 우주센터 상공의 새와 다른 발사정보 등을 조류 감시자와 우주왕복선 대원, 항공관제사 등에게도 수시로 전달하도록 했습니다. 또 새들의 먹이인 개미와 곤충이 새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발사장 주변에 있는 풀도 자르지 않았습니다.결국 이 모든 조치를 취하다보니 메모리얼데이(5월 마지막주 월요일)에 맞춰 발사하려 서두르던 계획은 전면 취소되고, 전면 수리를 거쳐 한 달이 훨씬 지난 7월에야 다시 발사할 수 있었습니다.그래도 새들은 NASA를 도와주지 않습니다. 2005년 진짜 버드스트라이크가 발생합니다. 또 디스커버리호였습니다. 디스커버리호는 새와 불행하게 얽힌 것일까요? 7월26일 디스커버리호의 발사를 지켜보던 지상요원들은 발사 직후 인근에서 날아오른 독수리와 연료탱크가 충돌하는 모습을 목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