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美국채금리에 흔들리는 신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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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새로운 '프래자일 파이브(Fragile Fiveㆍ선진국의 긴축에 취약한 5개국)'의 등장일까.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7년래 최고치로 치솟는 등 강달러 추세가 굳어지면서 신흥국을 둘러싼 리스크가 심상치않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아르헨티나에 이어 터키 리라화의 가치도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브라질,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도 위험국가로 지목된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터키 리라화는 15일(현지시간) 달러당 4.47리라까지 떨어져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초 달러당 3.79리라대였음을 감안할 때 올 들어서만 무려 18%가량 통화가치가 하락한 셈이다. 특히 이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중앙은행은 독립성을 갖고 있으나, 대통령의 신호를 무시하지 못한다"고 다음 달 선거 이후 통화정책에 개입할 것이란 의사를 내비치며 통화불안을 부채질하는 모습이다.
리라화의 폭락세는 신흥국 통화 가운데서도 아르헨티나에 이어 두번째로 큰 폭이다.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처한 아르헨티나의 경우 이날도 페소화 가치가 달러당 26.064페소를 기록하며 연초 대비 30%안팎의 하락세를 이어갔다. 브라질 헤알화와 남아공 랜드화도 전일 대비 각각 2%, 2.5% 떨어졌다. 신흥국 가운데서도 특히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이 높다는 지적을 받는 브라질 헤알화의 가치는 올 들어 10% 이상 추락했다.이 같은 통화불안은 미국 금리와 달러화가 상승기류를 타면서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신흥국을 중심으로 투자자금이 속속 빠져나간데 따른 여파로 풀이된다. 아르헨티나와 터키 모두 정책금리 인상 등 카드를 동원해 환율방어에 나섰으나, 오히려 물가만 폭등하는 악순환에 처해있다.
미 금융전문지 배런즈는 "2013년 신흥시장을 참패로 몰고간 프래자일파이브의 귀환이라는 유령을 떠올리게 한다"며 "당시 5개국의 공통점은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크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선진국의 긴축시도때마다 취약한 모습을 보였던 프래자일 파이브는 브라질, 터키, 남아공, 인도, 인도네시아 등을 가리킨다. S&P는 이후 5개국으로 아르헨티나, 터키, 파키스타, 이집트, 카타르를 꼽기도 했다.관건은 이 같은 추세가 긴축발작의 전주곡이 될지다. 주요 외신들은 강달러로 인해 신흥국들의 자산유출 압박이 커지면서 이들 국가의 재정 및 금융시장의 패닉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아르헨티나와 터키의 패닉은 강달러에 따른 충격의 강도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평가했다. 아르헨티나 사태를 볼 때 외환보유액 비축이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한 효과가 경미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FT는 "미 경제의 견고한 성장으로 인해 신흥국에 관심을 두던 투자자들의 수가 줄었다"고 전했다.상대적으로 펀더멘탈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한국의 경우 당장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대부분이지만 장기화 시 여파가 불가피하다. 골드만삭스는 17개 신흥국을 대상으로 한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의 금리인상 충격을 받을 수 있는 주요 국가로 한국을 꼽았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1%포인트 인상될 때 우리나라의 GDP는 향후 2년간 최대 0.6%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17개국 중 가장 큰 하락폭이다.신흥국 리스크로 인해 향후 Fed의 기준금리 인상 경로에 변화가 생길지도 주목된다. 다음 달 Fed가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경우 디폴트 위기에 처하는 신흥국들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 국채금리 급등은 Fed의 금리인상 기조와 맞물리는 특성이 있다.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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