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애기자
홈플러스 강서점에 진열되어 있는 하이트진로의 맥주 브랜드 '하이트'와 '맥스'. 각각 과자와 밀폐용기, 라면과 밀폐용기 사은품이 붙어 있다. 이는 국세청의 주류거래질서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최근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이마트 등 대형마트에 사은품을 주렁주렁 매단 국산 맥주가 등장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은품을 제공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주류 거래금액의 5%를 초과하면 안된다. 이는 국세청 주류거래질서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사항이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가 국세청 고시 사항을 위반하면서까지 과도한 사은품 마케팅을 벌인 것은 '수입맥주 공세'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들은 위스키 프로모션 행사를 진행하면서 국세청 고시를 위반하기도 했다.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이마트 등에 라면과 과자는 물론 밀폐용기 등의 사은품을 매단 국산 맥주 6캔짜리 묶음상품이 등장해 판매되고 있다.홈플러스 강서점에는 하이트진로의 '하이트' 6캔짜리 묶음상품에 과자와 밀폐용기, '맥스' 6캔짜리 묶음상품에 라면과 밀폐용기가 함께 사은품으로 제공돼 판매중이다. 롯데주류의 '클라우드'와 '피츠 슈퍼클리어' 역시 과자나 팝콘, 라면이 함께 사은품으로 제공돼 판매되고 있다.이마트 창동점에도 이 같은 상품이 등장해 판매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맥스'와 롯데주류의 '클라우드'에 라면이 함께 사은품으로 동봉되어 있다. 롯데마트 구로점의 경우 하이트진로의 '하이트'와 '맥스'에는 컵라면 또는 370원 종이 할인쿠폰이 붙어있다. '하이트'와 '맥스' 페트 한병에도 각각 마른안주가 사은품으로 동봉되어 있다. 롯데주류의 '클라우드'에는 과자가 사은품으로 묶여 있다.이마트 창동점에 진열되어 있는 하이트진로의 맥주 브랜드 '맥스'. 사은품 팝콘이 붙어 있다.
사은품 제공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은품 제공 금액에 따라 이는 주류거래질서를 위반하게 된다. 국세청 주류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제2조 제10호 규정에 따르면, 주류 거래 금액의 5%를 초과하는 소비자경품(주류 보냉가방 제외)을 제공해서는 안된다.홈플러스 강서점에 판매중인 하이트진로의 '하이트'와 '맥스', 롯데주류의 '클라우드'와 '피츠슈퍼클리어'는 국세청의 고시 사항을 위반했다. '하이트' 6캔 묶음상품의 판매가격은 8100원. 그러나 이들 상품에 묶어놓은 라면과 밀폐용기는 족히 2000원어치가 넘기 때문에 5% 규정을 초과한 것.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지 못했다"면서 "매장에 가서 점검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롯데주류 역시 "경품에 대한 국세청 고지는 정확히 알고 있고, 지키고 있는데 현재 일부 매장에서만 경쟁이 가열되다보니 판촉직원들이 과도하게 사은품을 붙인 것 같다"며 "영업팀이 매장 점검에 다시 들어가 시정 조치 중"이라고 전했다.모든 매장에서 오비맥주의 경우 사은품을 제공해 판매하고 있지 않았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사은품 제공 행사를 하더라도 5% 규정을 반드시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가 주류거래질서를 위반하고 사은품 마케팅을 시작한 것은 수입맥주의 추가 가격 인하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주세법상 유리한 구조인 수입맥주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공세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올해부터는 관세가 철폐돼 국산맥주업계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면서 과열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롯데마트 구로점에서 수입맥주가 8880원에 판매되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수입맥주 묶음 상품이 8000원대로 내려간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홈플러스도 8000원대에 판매중이다.
전국 홈플러스 지점에서는 지난 1일부터 수입맥주 8900원(6캔(소)ㆍ4캔(대))행사를 시작했다. 수입 캔 맥주 묶음 상품이 8000원대로 내려간 것은 업계 최초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같은 조건에 9000~9800원에 판매했던 제품들이다. 롯데마트에서도 세게맥주 4캔 구매시 8800원에 판매중이다.국산맥주는 수입맥주에 비해 세금 부담이 크고 마케팅 활동에 규제를 적용받아 '역차별'이란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국산맥주는 국세청의 '주류거래질서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에 따라 거래금액의 5%를 초과하는 경품을 제공하거나 가격을 할인할 수 없고, 구입가격 이하 소매판매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수입맥주도 이 고시 규제를 받지만 판매가를 스스로 결정하는 만큼 정부로부터 사실상 가격통제를 받는 국산맥주에 비해 경품이나 할인 등 마케팅활동에 있어 훨씬 자유롭다.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맥주산업의 도약을 위해선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규제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