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사람의 밥/이준관

사람이 남긴 밥을개가 먹는다꼬리를 내리고발톱을 오므리고아주 평화롭게밥을 먹는다밥을 위해 아귀다툼을 벌이던사람의 밥 어디에저렇게 천연스런 평화가깃들어 있었을까?콧등에 밥풀을 잔뜩 묻히고참새랑 병아리랑 불러와 함께개는 평화롭게밥을 먹는다배불리 먹어밥물로 퉁퉁 불은 젖으로강아지를 먹이고밤에는밤새워 우는 귀또리 새끼들을 불러와품에 안고 젖을 먹인다■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근대적 개념들은 거의 대부분 개화기 때 마련되었다. '적자생존'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이 개념은 보통 생각하기에 생물학에서 기원한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영국의 철학자 허버트 스펜서가 처음 고안한 것으로 사회적?철학적 용어였다. 그런데 이후 찰스 다윈에 의해 진화론으로 편입되었고 다시 20세기 초반 세계와 역사를 이해하는 이론적 토대로 차용되었다. 그 결과 당시 식민국이 식민지를 지배하는 행위는 말 그대로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 버렸다. 이러한 전도와 왜곡과 착종은 골상학이나 우생학에서 빈번하게 일어났다. 내가 이 시를 읽고 하고 싶은 말은 실은 이것이다. 시가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미미하다. 그러나 어떤 시에 새겨진 마음은 위대하다. 채상우 시인<ⓒ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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