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도돌이표 신년사와 한 창업주의 다짐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매년 신년사는 위기로 시작해 기회로 끝난다. 경제는 신년사 속에서 언제나 나아질 기미가 없다. 늘 작년이 고비였고 올해는 더 힘들다고 한다. 그러니 올해도 더 열심히 허리띠 졸라 매고 피땀 흘리자는 게 요지다. 그런데 비범한 신년사 하나가 눈길을 잡는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가 내놓은 올해의 메시지다.그는 경제를 탓하지 않았고 피땀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주커버그의 신년 다짐은 '자신'을 향해 있었다. 그는 올해 목표로 '페이스북 고치기(fix)'를 내세웠다. '분노와 증오의 페이스북'을 '착한 페이스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페이스북이 남용되지 않도록 여러 정책을 시행해왔지만 많은 실수가 있었다는 점도 그는 인정했다. 기술은 권력의 탈집중화를 이뤄내야 함에도, 오히려 권력 집중화를 야기하면서 사람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고 주커버그는 고백했다.이 고백은 그가 지난해 '미국의 모든 주 방문하기'라는 신년 목표를 실천하면서 얻은 결과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페이스북에 대해 물었고 그 대답을 바탕으로 올해의 다짐을 세웠다고 한다.그의 신년 다짐은 사실 이미 실천되고 있는 것들이다. 지난해 페이스북은 해외 법인의 광고매출에 대한 세금을 각국 정부에 납부하겠다고 선언했다. 매출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세금을 최대한 회피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는 글로벌 인터넷 4인방(FANG: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알파벳-구글 모회사) 중 선도적으로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이 계획의 일환으로 케빈 마틴 페이스북 부사장은 이번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을 만나 망사용료ㆍ조세회피ㆍ역차별 문제 등 다양한 사안을 놓고 한국 정부의 입장을 청취할 예정이다.자신과 자신이 만든 회사에 대한 깊은 성찰 그리고 변화의 다짐이 가져올 파장은 매우 클 것이다. 20억명에 달하는 페이스북 이용자는 테러ㆍ자살ㆍ정치선전 등 '나쁜' 콘텐츠를 접하지 않을 권리를 갖게 된다. 주커버그의 다짐이 성공한다면 FANG 전체의 변화도 기대해 볼 수 있다. 한 사람의 변화가 세계적인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주커버그의 신년 다짐에 의미가 있는 것은 인터넷 환경의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바로 이 사회가 글로벌 기업에게 요구하는 핵심을 경청하고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과 그 경영자에게 경종을 울리는 부분이다.4차 산업혁명은 데이터를 기반 경제가 중심이 되는 시대다. 인간의 활동에서 만들어지는 빅데이터를 사물인터넷을 통해 받아, 인공지능을 통해 효율성을 찾아내고 실생활에 접목하는 시대다. 사람과 사회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는 기업은 이 흐름을 탈 수 없다. 본인도 잊어버릴 만한 거창한 신년사를 내놓기보다는 고객과 사회의 목소리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한 100년 먹거리를 찾고자 하는 혁신의 길은 먼 곳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다. 길은 가까운 곳에 쉽게 시작된다.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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