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기자
펜티 사말라티(왼쪽)와 마이클 케나[사진=공근혜갤러리 제공]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수묵화를 보는 듯하다. 서양 작가가 찍은 풍경 사진이지만 동양의 여백미가 물씬 풍긴다. 때로는 새와 소나무가 어우러지며 한국 겨울 산의 느낌을 오롯이 전한다. 흑과 백의 명료한 대비로 사색과 명상을 불러일으키고, 인간과 자연환경의 조화로운 만남으로 따스함까지 전한다. 흑백 사진의 정수를 보여줄 두 거장, 마이클 케나(영국·64)와 펜티 사말라티(핀란드·67)의 2인전이 열린다. 공근혜갤러리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념해 겨울의 상징인 눈(雪)을 주제로 ‘스노 랜드(Snow Land)’전을 다음 달 4일부터 2월25일까지 연다. 한국의 겨울 풍경은 물론, 각국의 다양한 설경을 즐길 수 있다. 공근혜 대표(46)는 “두 작가 모두 겨울사진을 주로 찍는데다 40년 남짓 정통 아날로그 방식의 흑백사진을 추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산책(Mountain Walk), 평창, 대한민국. 2012 ⓒ 마이클 케나 [사진=공근혜갤러리 제공]
케나는 한국에서 솔섬 작가로 잘 알려졌다. 지난 2007년 강원도 삼척의 솔섬을 촬영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소나무 숲을 보존하는데 공을 세웠다. 당시 이 사진 한 장 때문에 솔섬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끝내 이곳을 지킬 수 있었다. 작품 원제는 '파인 트리스(Pine Trees)'. 이후 삼척시는 케나 작품의 제목을 빌어 솔섬으로 지명(정식명칭 ‘속섬’)을 바꾸고 관광 명소로 지정했다. 2017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은 솔섬 시리즈를 영구 소장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의 풍경에도 관심이 많다. 2012년 강원도 평창을 배경으로 한 작품 '산책(Mountain Walk)'은 이번 전시를 통해 국내 첫 선을 보인다. 그는 주로 자연의 숭고한 아름다움을 담는데 집중한다. 설경 사진들 속 나무와 돌은 자연스럽게 여백을 만든다. 흑백 사진 속 설경은 피사체와 대조돼 더욱 빛을 낸다. 원래 천주교 신부로 수도자의 길을 걸었던 그는 명상을 좋아해 특히 눈 덮인 겨울 산을 사랑한다. 수묵화 느낌의 사진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케나는 “우리가 주변 환경과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지, 이 땅에 우리가 남기는 것은 무엇인지에 관심 있다. 우리가 행한 일들의 자취를 찍고 싶다. 그 행위로 인해 남은 분위기를 사진에 담으려 한다. 사진은 다른 예술 작품들보다 역사를 가장 가깝게 표현한다”고 했다. 케나는 1월22일 내한한다. 지난해 건강이 나빠 한국에 오지 못한 그는 2주 동안 한국에 머물며 강원도와 울릉도를 방문할 예정이다. 한국의 비무장지대(DMZ)를 촬영한 한정판 사진집도 전시 기간에 맞춰 나온다. 공 대표는 “한국 촬영을 추가로 진행한 다음 전체적인 한국 시리즈 사진집을 발간할 계획이다. 아직까지 계획 단계지만, 독도 역시 사진집에 자연스럽게 포함시킬 것”이라고 했다.세 마리 새(Three birds), 서울, 대한민국, 2016 ?펜티 사말라티 [사진=공근혜갤러리 제공]
사말라티 역시 겨울을 사랑한다. 스스로를 “북극, 고요, 추위 그리고 바다를 좋아하는 방랑가”라고 부른다. 인물을 배제하는 케나와 달리 사말라티의 작품은 풍경과 사람, 동물들이 한데 어우러져 따뜻하고 감성적이다. 필름으로 사진을 찍고 전통적인 암실 인화방법인 은염 기술을 적용한다. 전부 수작업이다. 빛 조절을 하며 촬영하고 암실에 들어가 명암이나 농도를 조절한다. 사진은 매우 정교해 안개 속에 떠다니는 눈 알갱이까지 표현될 정도로 섬세하다. 사말라티는 지난해 1월 서울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당시 찍은 소나무와 까치가 담긴 서울 풍경(세 마리 새·Three birds)을 국내 첫 공개한다. 공 대표는 “두 작가 모두 흑과 백 사이에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톤의 질감 등 모든 디테일이 살아있다. 디지털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그 기술을 못 따라간다. 차후 인화를 고려해 치밀하게 계산된 촬영부터 전 과정이 머릿속에 빠짐없이 있어야 나올 수 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한편, 공근혜갤러리는 이번 전시부터 2층까지 확장한 전시 공간을 공개한다. 1층에는 케나의 작품 60여 점과 눈 내리는 홋카이도 촬영 과정을 담은 동영상, 프랑스 매체와의 인터뷰 영상 등을 보여준다. 2층에는 사말라티 작품 40여 점을 전시한다.강설(Snowfall), 누마카와, 훗카이도, 일본, 2014 ⓒ 마이클 케나 [사진=공근혜갤러리 제공]
솔로브키(Solovki), 백해, 러시아,1992 ⓒ 펜티 사말라티[사진=공근혜갤러리 제공]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