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1·2학년 영어수업 금지하니…중국어 과열 우려?

선행학습 금지법 시행으로 방과후 폐지…사립초, 제2외국어·코딩 교육 확대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5살부터 영어유치원을 다녀 스피킹(말하기)도 제법 되는데 학교 들어갔다고 공부 흐름을 끊을 순 없죠. 어차피 학원이나 과외해야 하는 건 각오하고 있었어요."(예비 초등학생 학부모·서울 목동)"월 3만5000원이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원어민 선생님께 배울 수 있고, 아이도 한창 재미를 붙여가는 중이었는데 일년간 쉬라고 하면 그나마 배웠던 것 다 잊어버리고 말 거에요."(현 초등 1학년생 학부모·서울 행당동)내년부터 전국 초등학교 1~2학년 방과후학교에서 영어교육이 금지됨에 따라 서울 주요 사립초등학교들이 중국어 등 다른 제2외국어 수업확대, 코딩교육 등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에서는 영어 선행금지가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 소재 S초교의 경우 기존 방과후 프로그램 가운데 영어 수업을 폐지한 대신 코딩 교육과 체육 수업을 각각 주1 시간에서 주 2시간으로 늘리고 주 2시간이었던 중국어 수업도 3시간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다른 S초교의 경우 '국제문화이해'라는 이름으로 기존에 따로따로 운영되던 영어와 중국어, 한자 수업을 하나로 엮어 각 문화권의 언어, 역사, 풍습 등을 공부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을 검토중이다.현행 공교육정상화법(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초등 1~2학년의 정규 교과목이 아닌 영어는 선행학습을 할 수 없지만 제2외국어인 중국어는 이 법의 적용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D사립초교의 경우 '창의예술'이라는 교과목에서 영어노래와 영어연극 등을 통해 학생들이 영어를 접할 수 있도록 하고, J초교의 경우 '사고력수학' 과목을 기존에 영어를 가르치던 원어민 교사가 진행하는 방식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이처럼 그동안 과도한 영어학습이 문제가 돼 온 사립 초등학교들이 중국어를 강조하거나 영어 수업을 편법으로 강행할 우려가 있는 반면, 일반 공립 초등학교 또는 사교육을 접할 수 없는 저소득층이나 농ㆍ산ㆍ어촌 지역 학생들은 영어 공부에서 소외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이미 교육 열풍이 센 강남 3구나 사립초교의 경우 기존에도 영어 사교육 수요가 높았기 때문에 방과후 영어 수업 폐지로 인한 영향이 거의 없는 반면, 소외계층이 많은 지역일수록 방과후 수업 참여율이 높고 그 중에서도 영어 과목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져 왔다는 게 현장 교사들의 설명이다.영어를 전담하는 이호선 면목초 교사는 "초등 3학년 때 ABC 기초부터 배우는 만큼 아이들이 선행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수업을 못 따라갈 것이라는 걱정은 필요 없다"면서도 "다만 방과후학교에서 영어를 접해 본 아이들이 교과서를 배울 때에도 조금 더 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고, 소외계층 아이들에겐 영어를 접하는 유일한 통로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방과후를 무조건 금지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고 말했다.반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이슬기 선임연구원은 "아이들의 인지구조가 어느 정도 발달하고 난 뒤인 초등 4~5학년 이후 외국어 배우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이미 나와 있다"며 "영어 공부는 빠를수록 효과적이라는 사교육업체 홍보가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교육부는 공교육정상화법이 사교육과 선행학습을 줄여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도입된 만큼 초등 1~2학년 수업에서 어떤 식으로는 영어를 사용하는 것은 안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불안해 하지 않도록 소외지역 학생들에게는 3학년 때부터 질 좋은 방과후 프로그램을 더 많이 개설해 효과적으로 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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