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호윤기자
미샤 '텐션팩트'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한국 화장품(K-뷰티) 브랜드들이 '난공불락'의 영역으로 꼽히는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섰다. 국내보다 기술, 인식, 트렌드 등이 앞서 있는 콧대 높은 시장이지만,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를 앞세워 일본 수요를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1세대 화장품 브랜드숍 미샤와 대기업 LG생활건강은 일본 현지 소매점을 중심으로 쿠션 형태의 베이스 메이크업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아모레퍼시픽은 일본 젊은층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하라주쿠 등 도심에 브랜드숍 에뛰드하우스를 운영 중이다. 일본 화장품 시장은 공략하기 어려운 곳으로 꼽힌다. 대부분의 K-뷰티는 2010년 전후 한류를 타고 일본에서 '반짝 인기'를 누렸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는 못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 시장을 "터프하다"고 표현하면서 "한국보다 기술이나, 인식 등이 앞서 있는데다, 자존심이 센 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2~3년 사이 변화가 나타났다. '쿠션 화장품' 덕분이다. 일본에서 쿠션 화장품은 카테고리 분류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발달하지 않아 '틈새 시장'이었던 데다, 전세계가 인정하는 원조격인 K-쿠션의 제품력이 바탕이 됐다.일본 야마구치시 야마구치현에 위치한 헬스&뷰티 드러그스토어 이와사키 체인에는 한국 화장품(K-뷰티) 1세대 브랜드숍 미샤의 '텐션팩트'와 '매직 쿠션'이 시세이도 등 일본 현지 화장품 브랜드의 제품과 나란히 진열돼 있다.(사진=조호윤 기자)
실제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났다. 2015년 '매직쿠션'으로 첫 발을 내민 미샤의 매직쿠션 판매량은 올해 말 300만개를 넘을 것으로 예측됐다. 50만개에서 시작한 것과 비교하면 6배 성장한 셈이다.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올 3월에는 텐션팩트도 론칭했다. 텐션팩트의 누적 판매량은 20만개. 매직쿠션과 텐션팩트 덕분에 일본 지사 매출도 273억원으로, 2015년 대비 2배에 가까운 성장세다.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은 '가격'이다. 매직쿠션과 텐션팩트의 현지 가격은 각각 1080엔(한화 1만500원), 1944엔(한화 1만9000원). 수입 브랜드의 쿠션가격이 6000~7000엔(한화 5만~6만원대)인 점과 비교하면, 70%가량 저렴한 셈이다.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미샤는 유통방식을 '도매'로 변경했다. 단독매장을 정리하고, 현지 마트, 드러그스토어 등 소매점을 중심으로 제품을 공급한 것. 이를 위해 일본 최대 규모 벤더사와 손을 잡아 기존 6000곳에 불과하던 판매처를 1만곳으로 단기간 확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