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진짜 지진이에요?' 단순 문의 폭주…119 업무 마비

지진 맞는지 확인하는 문의전화 폭주에 119 업무마비다른 위급상황 대응 못 할 수도…"국가가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15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 마트 외벽이 규모 5.4 지진의 영향으로 일부 무너져 차량 위로 떨어져 내렸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방금 흔들린 것 같은데 지진 맞아요?", "집 밖으로 나가야 해요?", "가까운 대피소는 어디입니까?"지난 15일 오후 2시 29분께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북쪽 9㎞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날 발생한 지진으로 포항은 물론 전국의 지역 소방서는 문의 전화가 쏟아졌다.소방청이 집계한 결과 지진이 발생한 지 약 2시간 30분 뒤인 오후 5시 기준, 전국에서 지진을 감지했다는 '유감신고' 건수는 총 7810건이었다.지진이 강타했던 포항지역을 관할하는 경북 소방본부의 경우 같은 시간 동안 약 2400건의 전화가 폭주하며 업무가 마비되다시피 했다. 2400여건의 신고 전화 중 피해신고 전화는 73건에 불과했다. 서울의 경우에도 1300여건의 신고 전화가 폭주했다.경북소방본부는 119전화가 폭주하자 평상시 16~18명 수준으로 운영하던 상황실 인원을 비상소집을 통해 두 배가 넘는 38명 수준으로 증원했다.경북소방본부 관계자는 "지진이 발생한 뒤 문의전화가 집중적으로 쏟아지며 대기 ARS가 1분에 1000통 이상 쌓이기도 했다"며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이어 그는 "대다수가 '지진이 일어난 것이 맞는지' 묻거나 '집 밖으로 나가도 되는지' 등을 묻는 전화였다"며 "그 순간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시민의 전화가 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답답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이 같은 현상은 지난해 9월12일 경주 지진 당시에도 똑같이 반복됐다. 당시엔 긴급재난문자 발송이 8분이나 걸렸을 뿐만 아니라 지진에 대한 경험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포항 지진은 긴급재난문자 발송까지 23초가 소요되며 서울의 경우 지진을 느끼기 전에 재난 문자를 받기도 했다.

지난 15일 발생한 규모 5.4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포항 북구 흥해읍 주민들이 흥해실내체육관에서 임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문제원 기자)

하지만 지진 발생 후 소방서에 단순 문의 전화가 많은 것을 시민을 탓 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전국소방학과교수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최돈묵 가천대 소방공학과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을 재난대응에 대한 습관화가 부족하고, 국가의 시스템이 미비한 것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최 교수는 “재난은 지식이 아닌 경험과 습관을 통해 대처가 되는 것”이라며 “일본의 경우 수많은 지진 경험이 있고, 그에 따른 대응 훈련도 평상시 잘 돼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문의 전화가 폭주하는 일이 없다”고 설명했다.이어 그는 여전히 재난 대응에 대한 국가 시스템이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서는 지진이 발생하면 거리 전광판 등 사람이 볼 수 있는 화면은 대부분 지진 관련 정보를 내보낸다. 최 교수는 “일본의 경우 지진이 발생하는 그 순간 TV방송 화면에 재난을 알리는 자막이 노출된다”고 전했다. 또 “국가가 나서 더 적극적으로 재난 대응 훈련을 실시해야 하고, 단순문의 전화는 지양해야함을 꾸준히 홍보했어야 했다”고 말했다.한편, 1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오전 11시 기준으로 이재민 1361명이 포항 실내체육관 등 12개소에 대피 중에 있다. 인평피해는 총 80명으로 13명이 입원 치료중이며 67명이 치료 후 귀가조치 했다.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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