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호기자
북촌 한옥마을 주민들이 정숙 관광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아시아경제 고정호 기자]관광명소화 된 주거지역에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발생하는 문제로 주거불편을 겪는 원주민들이 끝내 이주까지 하게 되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투어리스티피케이션은 관광객을 의미하는 ‘투어리스트’(tourist)와 외부인 유입으로 오른 월세와 임대로 탓에 원주민들이 본래 거주지에서 쫓겨나는 현상을 의미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합성어로 주거지역에 지나치게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면서 발생하는 소음, 쓰레기, 주차 문제 등 탓에 원주민들이 이주하게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한 매체가 종로구 주민등록인구 현황을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8월 북촌(가회동, 삼청동) 인구는 총 7,537명으로 2012년(8,719명)에 비해 13.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최호진 북촌협의회 위원은 해당 매체를 통해 이같은 상황을 언급하며 “북촌 내 인구가 계속 감소하다 보면 전시물만 있는 민속촌과 다를 바 없게 된다”면서 “서울시의 ‘북촌가꾸기기본계획’이나 ‘중간평가’에서 핵심 가치로 언급되는 ‘주거마을’로의 정체성을 지키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이러한 투어리스티피케이션 현상이 발생하는 대표 지역은 북촌한옥마을, 이화동 벽화마을 그리고 음식문화거리가 있는 세종마을 등이다.서울 종로구 이화동벽화마을. 과거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었으나 페인트로 덧칠된 계단 옆 건물에는 붉은색 글씨로 '제발 조용해', '쉿! 조용' 등의 문구가 적혀있다
2016년에는 서울시 이화동 벽화마을에 거주하는 주민 5명이 벽화를 보기 위해서 몰려든 관광객들이 만들어내는 소음과 쓰레기 등에 불만을 품고 작품 위에 흰색 페인트를 덧칠한 사건도 발생했다. 공동재물손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주민들은 올해 2월 총 21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이에 종로구는 10월까지 ‘주거지역 관광명소 주민피해 실태조사 연구용역’을 실시해 주민피해현황을 파악하고 개선 대책 등을 제안함으로써 장기적 차원의 정주환경 보호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북촌한옥마을 골목길 평일 관광객
또한 서울시는 지난 1월 정주환경 개선과 골목상권 보호 대책을 핵심으로 하는 북촌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마저도 이해관계에 따른 입장차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성호 시 한옥조성팀장은 한 매체를 통해 “현재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하며 “소상공인, 한옥 양옥 거주자, 임차인 등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의견을 모으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전문가들은 관광산업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인 만큼 주거권과 관광 활성화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조명래 단국대학교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한 매체를 통해 “공론화를 통해서 (거주권 보호를 위한) 합의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그것을 지자체가 받아서 제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고정호 기자 jhkho284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