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국 제품 판매감소, 중국 소비자 자발적 선택"韓 정부"원칙에 입각해 대응"…공허한 레토릭 반복
중국 오성홍기(왼쪽)와 태극기.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원칙에 입각해 주요국 보호무역주의에 당당히 대응하겠다"(산업통상자원부)"정부로서는 고위급 대화 등 양국 간 다양한 방식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국민과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이 해소되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다"(외교부)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가 완료된 직후인 지난 8일 관계부처가 내놓은 입장이다. 정부가 지난해 사드 배치를 결정한 이후 중국에선 금한령(한류 금지령)과 롯데에 대한 세무조사 등 보복성 조치가 시작됐고, 지난 2월28일 롯데그룹이 사드부지 교환계약을 체결한 후 중국 롯데마트 무더기 영업정지 처분, 한국 여행금지 조치(3월15일) 등 가시적인 보복이 계속되고 있지만 같은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중국의 본격적인 사드 보복이 6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사드 배치 결정이 내려진 직후부터 실제 배치가 완료때까지 중국의 경제 보복은 따른 기업 손실은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난 반면, 정부의 적극적은 대응은 보이지 않는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롯데마트는 지난 3월부터 중국 당국의 영업정지 조치로 99곳 매장 가운데 87곳에서 영업이 중단됐고, 이로 인해 지금까지 7000억원의 자금수혈이 이뤄졌다. 연말까지 손실액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혐한정서 확산으로 현대차 판매량은 반토막이 났고 삼성전자 휴대폰 점유율이 7%대에서 2%대로 급락했다.
외국인관광객들이 몰렸던 작년(2016년) 서울 명동의 모습.
지난 3월2일 중국 푸젠성 진안의 롯데마트 앞에서 "한국의 롯데그룹이 중국과 전쟁을 선포했다. 사드를 지지하는롯데는 즉각 중국에서 철수하라"는 피켓을 펼치고 시위하고 있다고 중국의 영자매체 '상하이리스트'가 보도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같은 고전이 한국 상품력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사드 배치가 완료되기 직전인 지난 6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관련 동향에 엄중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미국의 한국 사드배치에 대한 중국의 단호한 반대입장은 명확하고 일관되며 확고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중국 정부는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보복은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내 혐한 감정이나 한국 제품 보이콧 움직임은 중국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선택이라는 것이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그동안 사드 배치에 따른 혐한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사드 배치를 지지하는 보수주의자들은 김치만 먹어서 멍청해진 것"이라고 극언을 퍼부었다. 이 신문은 “사드 배치 완료 순간 한국은 북핵 위기와 강대국 간 다툼에 개구리밥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환구시보 자매 영문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중국 롯데마트의 영업중단과 관련 현지 마케팅 전문가를 인용 "중국 롯데마트의 영업중단은 영업손실을 줄이기 위한 일환이며, 사드로 인한 중국 소비자들의 보이콧은 핵심 요인에서 벗어난다"고 보도했다. 톱마켓팅의 리칭민씨는 "유통거인(롯데)의 현지화 전략은 중국 소비자들에 취향에 맞지 않았고, 온라인을 통한 판매가 롯데마트의 시장점유율을 축소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태도다. 사드 보복이 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적 이슈로 부상했지만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외교부는 “북핵 문제가 해소되면 자연스레 해결될 일”이라며 태평하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의를 제기하겠다”는 공허한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르면 내국민·최혜국 대우, 출연금·이익 등의 송금 허용 조항 등 롯데마트나 전기차 배터리, 현대차 등에 가해지는 보복은 모두 협정 위반이다. 강력한 문제제기를 하고 적극 대응에 나서야 하지만 우리 정부는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셈이다. 업계에선 한중 FTA 협정에 명시된 보호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가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무역기구(WTO)나 투자자국가간소송(ISD) 제소처럼 우리 정부가 나설수 있는 카드는 아직 남았다"면서 "사드 배치로 인한 기업들이 손실을 줄일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야한다"고 강조했다.지연진 기자 gyj@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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