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렸다는 듯...헤지펀드들 '삼성 공격' 발톱 드러낸다

삼성전자 지분 5.24% 보유한 美 자산운용사, 12월부터 경영관여 가능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이재용 부회장의 실형 선고로 '경영 블랙홀'에 빠진 삼성전자를 겨냥한 헤지펀드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단기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팔고 떠나는 사이 헤지펀드들은 조용히 지분을 늘리고 있다. 그동안 재계가 우려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삼성전자 공격이 사실상 시작됐다는 분석이다.29일 삼성전자 관계자는 "1심 선고 이후 IR팀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문의와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면서 "지난 2월 재판이 시작된 이후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별반 이상이 없었는데 지난주 1심 선고 이후에는 하루 종일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 부회장의 경영공백으로 인해 중장기 투자 계획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지 등을 문의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 부회장의 유죄 판결이 현 경영진에 미치는 영향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재용 구속되자마자…심상치 않은 외국인 투자자 동향= 외국인 투자자들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은 외신들의 반응에서도 드러난다. 로이터는 "삼성전자를 보유한 투자자들이 이번 유죄판결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공백 상황이 장기화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삼성의 미래에 대한 큰 결정을 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투자자들을 동요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AP통신도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기간이 늘어날수록 삼성전자의 의사 결정 과정은 느려지고 미래를 위한 발걸음도 지연될 것"이라고 전했다.  재계는 이 부회장의 경영공백 상황을 틈타 외국인 주주들이 본격적인 경영간섭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매해 조단위의 초대형 투자를 결정해야 하는데 외국인 주주들이 앞장서 투자 대신 배당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이사회에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경영진을 밀어 넣을 경우 삼성전자의 실질 가치는 크게 훼손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이미 수년전부터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분이 절반을 넘는 등 해외 투기 세력에 노출된 상황"이라며 "이들이 그동안 삼성전자 경영에 간섭을 하지 않았던 것은 꾸준히 성장해 왔고 미래에 대한 비전 역시 확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분 5.24% 보유한 더캐피탈그룹컴퍼니, 12월 되면 주총 안건 발의 가능=삼성전자의 지분 구조는 이달 기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총 5.32%, 삼성생명을 비롯한 삼성 계열사와 문화재단이 총 14.68%로 오너 일가와 삼성계열사가 정확히 20%를 갖고 있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주주는 사모펀드(PEF), 자산운용사, 헤지펀드 등을 모두 포함해 약 53% 에 달한다. 이중 미국 자산운용사 더캐피탈그룹컴퍼니스는 지난 6월 기준 지분 5.24%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바 있다. 현행법상 외국인 주주라 해도 지분 0.5% 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할 경우 회사를 상대로 이사해임을 비롯한 주주총회 소집 및 안건 제안이 가능해진다. 더캐피탈그룹컴퍼니스는 공시를 통해 경영 참가 목적은 없다고 밝혔지만 이 부회장의 2심 재판이 한창일 것으로 예상되는 12월부터 주총 소집 및 이사해임안 제출이 가능해진다. 이 부회장의 경영공백 상황이 더 길어질 경우 흔히 '기업사냥꾼'으로 불리는 벌쳐펀드 등의 삼성전자 공격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삼성물산 합병 당시 소송전을 벌였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지금도 삼성전자 지분 0.6%를 보유 중으로 엘리엇이 다시 경영권 간섭에 나설 우려도 점쳐진다. 재판부가 1심에서 이 부회장의 횡령 혐의에 유죄 판결을 내린 만큼 엘리엇을 비롯한 외국인 주주들이 주주이익 침해를 이유로 소송전을 벌이거나 이를 빌미로 배당금 증액 등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지난해 10월 엘리엇은 삼성전자에 서신을 보내 삼성전자의 인적분할, 30조원의 특수배당, 금산분리 등을 제안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헤지펀드의 목적은 단기 수익인 만큼 이들이 삼성전자를 공격할 경우 삼성전자의 근본적인 펀더멘탈을 훼손시킬 수 있다"면서 "재벌 개혁도 좋지만 현 상황은 삼성전자에 있어 전대미문의 위기"라고 말했다.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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