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절대평가 도입, 고교학점제, 내신성취평가제 등 대표공약과 상충 우려'들쭉날쭉' 교원수급정책도 비판… 예비교사들 연일 시위중장기적 정책 비전과 소통 필요 지적
문재인 대통령 (제공=청와대)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국가가 책임지는 보육과 교육'을 내걸며 닻을 올린 문재인 정부의 교육개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 도입, 교원 수급 정책 등 중장기적인 대책 없이 '말만 앞섰다'는 평을 받으며 격렬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어 가시밭길이 예고된다.현 정부의 대표 교육공약인 수능절대평가제는 공식 발표 전부터 논란이 됐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취임 전부터 수능절대평가제 도입을 공언했지만 당시부터 각계의 반발이 쏟아졌다. 사교육업체에서는 기존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통해 등급 간 학생 수가 폭증, 혼란이 나타날 것이라고 수차례 경고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지난 10일 교육부가 절대평가제 도입을 골자로 한 2021학년도 수능개편안을 발표하자 혼란은 더욱 커졌다. 개편안은 국어, 수학, 탐구영역에는 절대평가를 도입하지 않는 1안과 전 과목에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2안으로 구성됐다. "국민들의 의견을 더 반영하기 위해"라고 해명했지만 오히려 교육부마저 확신이 없었기에 두 안으로 마련했다는 지적이다.또한 문·이과 융합형 인재 양성이 목표인 2015 개정 교육 과정의 취지와 달리 수학이 가형과 나형으로 현재처럼 분리된 것도 문제다. 상대적으로 유력한 1안이 시행되면 상대평가가 유지되는 국어와 수학에 사교육이 몰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무엇보다 향후 문재인 정부가 구상했던 교육 개혁의 대표 공약인 고교학점제, 고교내신성취평가제(내신절대평가제) 도입과도 상충될 수 있어 가시밭길이 예고된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원하는 과목을 수강하고 일정 학점을 이수하면 졸업할 수 있는 제도다. 대학처럼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수강하기 위해선 학생들이 내신 유불리를 따지지 않도록 내신 절대평가로 전환이 필수로 꼽힌다. 하지만 수능절대평가의 변별력 문제가 꾸준히 비판받는 만큼 내신과 수능을 동시에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능절대평가가 현 정부의 교육 공약들과 상충하는 '자충수'가 되는 이유다.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에서 실시된 수능개편안 첫 공청회는 청중들의 고성으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당시 중3 자녀와 고2 자녀를 둔 학부모는 정모(48)씨는 "우려했던 '재앙'이 현실이 되는 기분"이라며 "믿고 뽑은 정권이지만 교육정책만큼은 도저히 신뢰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12일 서울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열린 집회에 참가한 중등임용시험 준비생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교원 수급 정책도 혼선이다. 정부가 지난 6월 '일자리추경'을 발표하며 올해 교사 인력 3000명 확충, 2022년까지 1만6000명 증원을 예고했지만 실상은 반대였다. 지난 3일 공고된 올해 초등교사 선발 예정 인원은 3321명으로 전년 대비 40.2%(2228명) 줄었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선발인원(846명) 대비 8분의1 수준(105명)으로 대폭 줄었다. 경쟁률이 수십대 1에 달하는 중등예비교사 선발인원 역시 3033명으로 지난해 대비 14%(492명) 감소했다.이에 예비교사들은 연일 시위가 이어갔다. 지난 11일 서울역 광장 앞에 전국 교대생 5000여명이 모여들었으며, 12일에는 중등임용시험 준비생들 1000여명이 모여 중장기적 교웍수급정책을 요구했다. 그 밖에도 자사고·외고 폐지, 국공립유치원 확충 등의 공약에 대해 학부모와 사립유치원장들이 대규모 가두시위를 벌이며 정책 전면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결국 이들이 입을 모으는 이유는 중장기적인 정책과 소통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장관 임명이 늦어진 데다 여러 현안이 산적한 상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개혁이 진행되면서 일면 소통이 부족한 측면도 있다"며 "국가교육위원회 같은 중장기적인 정책수립기구를 통해 각계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장기적인 정책 수립 및 시행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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