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경갤러리] 사막에서 되찾은 나 그리고 사진

Desert of Youth01_250x488cm_Archival Pigment Print_2017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각자의 사막이 있음을 깨닫고, 함께 잘 견뎌보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전환점이 필요했던 이종훈 작가는 10년 전인 2007년, 애지중지하던 카메라와 렌즈를 팔아 여행경비를 마련했다. 20대 사진가의 꿈이 좌절됐다고 생각해 홀연히 사막을 찾아 떠났다. 아무런 목표라도 필요했던 그는 ‘새해 첫날을 사막에서 맞이하리라’고 결심한다. 꿈을 접고 떠난 여행길에서 또 다시 설렌다.“당시 한계를 느꼈다. 욕심도 많았다. 솔직히 사진 찍어 돈도 많이 벌고, 유명해지고 싶었다. 결국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하면 이룰 수 없는 것임에도 성공만을 바라고 있었다. 다 내려놓고 여행을 떠났는데 첫날 찍은 사진으로 다음해 공모전에서 상을 받았다. 그 후 ‘사진을 이렇게 하는 거구나’ ‘욕심 없이 찍으면 사람들이 좋아해주는구나’하며 사진 찍는 이유를 다시 한 번 생각했다.”

Desert of Youth_90x60cm_Archival Pigment Print_2017

사막에서의 경험은 그간 해온 작업에 영향을 끼쳤다. 작가는 친구들을 모델로 누드작업을 한 지 10년이 넘었다. 작가와 친구들이 함께 성장하는 과정에서 경험한 고민과 방황을 사막에 빗대어 기록했다. 친구들의 종아리, 배 등 신체 일부에서 사막 이미지를 이끌어냈다. 보통 ‘누드’라 하면 떠오를 수 있는 성(性)적인 이미지는 피했다. 접사(接寫)로 찍어 초점이 정확치 않다. 얼핏 보면 회화 같은 느낌이 든다. 전시 동선을 자연스럽게 따라가 보면 실제 사막에서 찍었던 사진과 당시 작가의 감상이 담긴 글을 볼 수 있다. 이것이 모티브가 되어 그간의 작업 중 사막이야기와 연관된 것을 뽑았다. 참여한 친구들의 일기, 문자, 편지 내용도 배치했다.

Desert of Youth_61x130cm_Archival Pigment Print_2017

건조하고 메마른 사막은 시대의 황량함을 닮았다. 작가는 막연한 꿈으로 가득했던 20대 시절을 떠올린다. 그는 “대학교 강의를 7~8년째 하고 있는데 학생들을 만나면 매일 하는 이야기가 ‘힘들다’였다. 그런데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예전에 찍은 사진을 보니 내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사막에서 느꼈던 감정이 떠올라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고 했다. 청춘은 늘 헤매고 또 어렵지만, 서로에게 빛나는 별이 되어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내가 힘든 시간을 겪은 것처럼 내 옆에 힘들어하는 누군가가 꼭 있기 마련이다. 우리한테 지금은 별이 없어보여도 사막을 잘 건너가다 보면 내 길을 따라오는 누군가에겐 별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10일 서울 중구 반도카메라 갤러리에서 문을 연 이종훈 작가의 여덟 번째 개인전은 광복절인 15일까지 계속된다.

전시장 전경 [사진=김세영 기자]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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