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면 다 같은 돈?…표정 엇갈린 1만원·5만원·10만원

의기양양 5만원권, 체면구긴 1만원권, 외면받는 10만원권 수표

5만원권 지폐(사진=연합뉴스)

시중에 풀린 5만원권이 80조원을 넘어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현재 사용되는 통화의 각기 다른 위상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화폐의 가치는 액면에 표시된 금액으로 결정되지만 실제 쓰임에 따라 그 위상이 달라지기도 한다. 한껏 의기양양한 5만원권과 달리 1만원권은 최근 체면을 구겼고 10만원권 수표는 기세가 한풀 꺾였다.◆5만원권 급증 =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5만원권의 발행잔액은 80조3642억원으로 올 상반기에만 4조5890억원(6.1%) 늘었다. 화폐발행 잔액은 한은이 공급한 화폐에서 환수한 돈을 제외하고 시중에 남은 금액을 말한다. 2009년 6월 처음 도입된 5만원권 발행잔액이 80조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연평균 10조원 규모가 시중에 풀린 셈이다. 연간 증가액을 보면 2013년 7조9147억원에서 2014년 11조3221억원으로 크게 뛰었고 2015년 12조3201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작년에도 11조4015억원이나 늘었다.5만권은 전체 화폐발행잔액(6월말) 101조3685억원의 79.3%를 차지했다. 장수로 따져도 가장 많다. 전체 지폐 49억8100만장 가운데 5만원권은 16억700만장이었다. 시중에 유통되는 지폐 3장 중 1장은 5만원권이란 얘기다.

1만원권 지폐(사진=연합뉴스)

◆체면 구긴 1만원권 = 5만원권이 위세를 떨치는 반면 1만원권과 10만원권 수표의 설 자리는 좁아지고 있다. 장수 기준으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던 1만원권은 올해 5월 2위로 내려앉았다. 지난 5월 말 1만원권 화폐발행잔액은 장수 기준 15억6300만장으로 5만원권의 16억장에 못 미쳤다. 5만원권의 화폐발행잔액이 1만원권을 앞선 첫 사례다. 1만원권은 2008년 말 시중에 26조6999억원이나 유통돼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당시 전체 화폐발행잔액(30조7582억원)의 86.8%를 차지했고 지폐 3장 중 2장은 1만원권일 정도로 많았다. 하지만 1만원권 화폐발행 잔액은 이듬해인 2009년 말 23조2591억원으로 줄었고 2010년 20조121억원, 2011년 18조2472억원, 2012년 16조9660억원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2013년 17조8780억원, 2014년 17조9462억원으로 2년 연속 늘었지만 2015년 17조2298억원으로 다시 줄었다.◆외면 받는 10만원권 수표 = 10만원권 수표 이용률도 급감하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0만원권 자기앞수표로 각종 대금을 결제한 금액은 하루 평균 56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대비 23.0% 감소한 것으로 역대 최저치다. 10만원권 수표의 일평균 결제금액은 1991년부터 점차 늘어 2007년 406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2009년 5만원권이 발행된 이후 이용률이 대폭 하락했다. 2010년(2480억원)에는 3000억원 밑으로 떨어졌고 2011년(1990억원)과 2014년(940억원)에 각각 2000억원, 1000억원 선이 무너졌다.

10만원권 수표(사진=연합뉴스)

◆원인은? = 화폐의 위상은 5만원권이 등장하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5만원권은 보관과 사용이 편리하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때문에 5만원권은 가계나 기업의 비상금으로 선호도가 높다. 한국은행이 작년 3월 발표한 ‘2015년도 경제주체별 화폐사용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계가 집, 사무실 등에서 보유하는 ‘예비용 현금’의 80.7%는 5만 원권으로 파악됐다.물가가 오르면서 5만원권을 사용하는 부담이 줄어든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경조사 등에서 5만원권을 쓰는 경우가 늘어나는 등 5만원권이 수표를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은이 지난해 발표한 ‘경제주체별 화폐사용행태’ 조사결과를 보면 5만원권이 거래용도로 편리하다는 응답률은 68.2%였다. 불편하다는 응답률은 7.2%에 불과했다. 하지만 5만원권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5만원권이 불법자금 등 지하경제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수사당국의 압수수색에서 5만원권이 무더기로 발견되고 있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경제 티잼 김경은 기자 silv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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