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매운맛' 공식 적중하나?캡사이신이 엔도르핀 분비 촉진 근심 잊어 2012년 금융위기 직후 불닭볶음면 등 매운맛 인기식품업계 올여름도 매운맛 열풍
굽네 볼케이노 모짜렐라 치즈(사진=굽네치킨)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직장인 김미선씨(36)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매운맛을 찾는다. 상사인 부당한 업무지시나 동료들과 불화가 생길 때마다 매운 닭발을 먹는다. 입속이 얼얼하고 뱃속까지 화끈한 매운맛을 탐닉하다보면 머리를 짓누르던 근심과 분노가 어느순간 사라진다. '불황엔 매운맛'이라는 공식도 마찬가지. 경기불황으로 시름하는 소비자들은 호황기보다 더욱 매웃맛을 찾는다는 마케팅 통설이다. 고추의 매운 캡사이신 성분이 체내에서 엔도르핀을 분비시켜 우울하거나 기운이 없을 때 몸이 매운맛을 찾는 것과 비슷한 논리다. 불황에 매운맛이 인기를 끈다는 공식이 맞다면 최근 경기상황은 불황을 가르키는 것으로 보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기업들을 올여름 ‘매운맛’ 키워드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전통적 매운맛에 할라피뇨, 와사비, 양념소스를 더한 ‘이색 매운맛’이 새롭게 추가했다. 지난해 매운맛 열풍이 달아올랐던 메뉴는 단연 치킨이다. 굽네치킨은 ‘굽네 볼케이노’로 대박을 쳤다. 작년 굽네치킨 매출은 전년 대비 50% 가까이 급증한 146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무려 150% 폭등했다. 굽네는 1000억원대에 처음 진입했을 뿐만 아니라 업계 5위인 네네치킨을 크게 따돌렸다. 올해도 매운맛 신제품은 계속되고 있다.농심은 ‘짜왕’에 통고추를 넣은 ‘짜왕매운맛’을 출시했다. 짜왕매운맛은 기존 짜왕의 깊고 진한 간짜장 소스에 고추의 강렬하게 톡 쏘는 매운맛이 어우러진 짜장라면이다. 강렬한 매운맛을 내기 위해 고추를 통째로 다져 특제소스에 담고 고추를 동결ㆍ건조해 만든 분말을 짜장스프에 넣었다. 시판 제품 대부분이 고추분말을 사용하지만 짜왕매운맛은 고추 원물 그대로를 넣었기 때문에 더욱 맵고 풍미가 깊다.미국 오리지널 도넛 브랜드 크리스피크림은 달콤하고 매콤한 ‘매운 오리지널’을 새롭게 출시했다. 기존 오리지널 글레이즈드에 매운맛을 더했다. 크리스피크림은 ‘단짠’에 이은 ‘단매’ 열풍을 몰고 온다는 계획이다.
굽네 볼케이노 모짜렐라 치즈(사진=굽네치킨)
맘스터치도 얼얼한 매운맛을 선보인다. 불사치킨은 국내산 100% 닭고기에 사천식 매운 양념소스를 더한 중화풍 콘셉트의 메뉴다. 청양고추와 마늘은 매운맛을 냈고 후추분태와 불향을 더한 양념소스로 감칠맛을 살렸다.우리맛 연구중심 샘표는 요리에 칼칼한 맛을 더해주는 요리에센스 ‘연두 청양초’ 신제품을 내놨다.요리에센스 ‘연두 청양초’는 청양고추를 우려낸 칼칼한 매운맛을 낼 때 쓰기 좋다. 앞서 2012년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된 직후에도 국내 라면업계에선 매운맛 열풍이 불었다. 농심이 대표작인 신라면 후속으로 매운맛을 강화한 '진짜진짜' 라면을 선보였다. 청양고추보다 더 매운 하늘초 고추 함량을 더 늘려 매운맛의 강도를 나타내는 스코빌지수(SHU)도 2700SHU에서 4000SHU로 높아졌다.오뚜기도 당시 기존 '열라면'을 더욱 강한 매운맛으로 리뉴얼했고, 스코빌지수가 8557SHU로 다른 매운 맛 제품에 비해서도 2배 이상 높은 '틈새라면빨계떡(팔도)'이 인기를 끌었다. 또 최근까지 매운라면의 대명사로 꼽히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도 당시 출시됐다. 일각에선 매운맛을 즐기는 것은 경제상황과 무관하게 한국인의 고유 특성이라는 반론도 있다. 실제 한국인의 1인당 연간 고추(말린고추, 고춧가루 등) 소비량은 4Kg로 세계적으로도 최고 수준이다. 매운 라면의 연간 판매량은 8억 개에 달한다.지연진 기자 gyj@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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