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김봉수 기자]2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첫 간담회를 가진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와 민주노총이 미묘한 의견 차이를 드러내며 평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일자리위 측은 '좋은 일자리 창출'에 방점을 둔 채 노동계측의 양보와 상생·배려 등을 강조했다. 인삿말에 나선 이용섭 일자리위 부위원장은 "노사가 서로 양보하고 상생하는 배려를 통해 희망이 싹트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부위원장은 특히 "노동계가 새 정부에 요구하는 사안이 많지만, 시간이 필요하다. 새 정부가 출범한지 두달도 채 되지 않았다"면서 "조금만 더 긴 호흡을 갖고 도와주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면서 한국경제도 살리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반면 민주노총 측은 작심한 듯 최근 정부 측과의 소통 혼선을 거론하면서 기선 잡기에 나섰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겸 수석부위원장은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일자리위원회 상견례 자리를 거론하며 "정책간담회를 먼저하고 일자리 위원회 공식회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그게 맞는 순서"라면서 "상견례가 먼저 진행돼 아쉽고 또 혼선도 있다. 성급하게 일을 서두르다 오히려 일을 그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 직무대행은 또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노사정위원회 가동 논의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정부는 노동계 참여가 구색을 갖추기 위한 들러리가 아니라는 확신을 주어야 실패한 과거를 답습하지 않을 수 있는데 최근 상황을 보면 이런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유감"이라면서 "신뢰형성이 중요한 시기에 실패한 사회적 대타협이나 노사정위원회 같은 얘기를 거론하는 것은 불신을 자초하는 것으로 전반적인 노정관계가 파행으로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최 직무대행은 또 일자리위 운영 및 구성·회의 진행 등에 노동계의 더 많은 지분을 요구했다. 오는 30일 예정된 사회적 총파업과 관련해선 "민주노총이 할 일을 정부가 대신할 수가 없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다면 더 빠른 속도로 노동적폐청산과 개혁과제를 추진하도록 하는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직무대행은 이어 정부를 향해 불법 행정 해석 폐기, 노동시간 단축,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조치, 공무원노조 설립신고 접수,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등 노동 현안에 대해 "정부가 당장할 수 있는 것들을 미루지 말고 추진해달라"고 촉구했다. 여야 정치권과 재계에 대해서도 "노동자의 권리보장과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기 위한 입법 과제에 대해 여야가 당리당략을 떠나 대승적 자세로 함께 해달라"면서 "재계 역시 스스로 제 살을 깎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국민적 저항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노총의 이같은 입장은 정부가 실패한 노사정위원회에 집착하고 있다는 우려의 시각을 반영한 것이다. 시작하는 단계의 일자리위가 노정교섭은 시작도 못하고 있는데 벌써 사회적 대타협을 거론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최 직무대행은 "소수에 불과한 노동자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될지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면서 "일자리위 운영과 의제 설정, 회의 진행방식, 전문위원회와 특별위원회 설치 등 운영세칙을 정하는데 긴밀한 협의와 노동계의 요구가 적극적으로 반영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민노총은 전날 청와대에서 개최된 제1차 일자리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면서도 서울 도심에서의 집회는 계속 이어갔다. 특히 민노총은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한국노총과 함께 한미 정상회담 동행을 제안받았지만 아직 답변을 하지 않은 상태다. 정부를 신뢰하기가 아직은 이르며, 향후 진행될 협상에서도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일자리위는 8월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충원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음달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위한 실태조사 실시와 가이드라인 발표에 이어 8월에는 사용사유 제한을 포함한 비정규직 정규직화 로드맵이 공개된다.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 혁파와 해외진출 기업 유턴방안, 재벌개혁 및 불공정해소 등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역량 강화 방안 등도 함께 마련된다. 정부의 로드맵에 민노총의 요구 조건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하겠다는 것이 민노총의 의도다. 민노총이 사회적 총파업을 예고하며 내건 요구는 ▲박근혜 적폐청산 ▲최저임금 1만원ㆍ비정규직 철폐ㆍ저임금타파 ▲재벌체제 해체 ▲국가기구 개혁ㆍ사회공공성 강화 ▲ 노조할 권리 쟁취ㆍ노동법 전면개정 등 다섯 가지다. 총파업 참여가 예정된 민노총 조합원들의 구성도 공공부문 비정규직ㆍ청소노동자ㆍ대기업 간접고용 비정규직ㆍ적정임금 요구 건설 노동자 등이 대부분이다. 전폭적인 신뢰는 보내지 않지만 정부의 정책기조에는 맞춰 나가겠다는 최소한의 의지를 전달한 셈이다. 민노총의 이같은 태도는 문 대통령과의 방미에 동행하고,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적극 협조하기로 한 한노총의 태도와 상반된 것이어서 주목된다.최 직무대행은 "일자리위원회의 취지대로 나쁜 일자리의 당사자인 노동자의 요구와 목소리를 더 많이 존중하고 반영하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이에 대해 이용섭 일자리위 부위원장은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민노총이 조금은 긴 호흡을 갖고 도와달라"고 요청했다.이 부위원장은 "좋은 일자리창출과 상충되는 정책, 노사 양보, 상생하는 배려하는 등 희망이 싹트고 있다"면서 "노동계가 새정부가 요구하는 사안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이 같이 호소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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